정부 재정의 고정, 제한성과 혁파 가능성에 대하여

오연천 교수의, '국가재정의 정치경제학' 중 일부를 보고 생각나서 적어 보는 것입니다.


사실 정치적으로 다른 새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도 나라가 바뀌지 않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특히 재정지출과 재정관련 사안에 있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요인이 있어요.

'국가재정의 정치경제학' 책에 따르면요.
현대 국가에서는 정권의 정치적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정적, 관례적으로 지출되는 예산이 95%이상이며, 현대 국가의 복잡한 체계 속에서 나름의 타당성과 이유를 가지고 집행되고 있기에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라고 하네요.


게다가 예산안의 변경과 삭감에는 2가지의 문제가 있는데요.
먼저 기존의 예산집행안은 다 나름의 합목적성을 가지고 집행되는 부분이기에 변경 시 국가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번 UAE 방문인데요. 정치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생각해보면, 새로운 정권이 이와 관련된 것들을 돌연 취소시켜 버림으로서 외교관계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죠.
게다가 예산증액이 증액되는 분야에 속한 사람들의 행복도와 선호도를 증진시켜주는 것 보다 예산이 삭감되는쪽의 불만과 반대가 더 크기에, 정치적으로 예산 조정을 집행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부담이 따르는 것은 필연이기도 하구요.

이 이외에는 국가 부채를 늘려 전체 예산을 증가시킴으로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집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에 있어 매우 해로운 행위 중 하나입니다. 현대 국가들의 부채가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구요.


오연천 교수는
이 책에서 정책과 현실 예산간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들이 예산의 한계와 기대치의 조절,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또한 대의제 기구가 국민들에게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의사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고. 국민들 역시 정부 재정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 아닌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의식을 가지고 지켜보고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 이는 현실과는 괴리가 어느 정도 있는, academic한 이론적 견해에 불과하다고 보여지네요.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현행 제도와 국가체제 하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 특히 시민의 참여와 권리행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일단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형식적 민주주의이면서도 실상은 엘리트주의 국가이기에, 국민과 국가의 제도적 의사결정 사이에는 괴리가 필연적으로 존재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반 시민이 국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라고 해 봐야 끽해야 투표와 민원, 행정 재판 뿐인데요. 한국의 엘리트 관료제 특성상 민원은 사실상 시혜적인 행정 행위이자 관료기구의 의무가 아닌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여겨질 뿐이며, 국가의 주요 정책에는 사실상 영향이 없거든요.

투표는 그저 정무직 공무원 선출과 헌법개정에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헌법 개정은 사실상 수십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이벤트이며, 정무직 공무원은 정보와 선호도의 집중효과로 인해 대부분 주요 정당들이 뽑아 낸 상류계층 인사들이 거의 다 당선될 뿐이라는 걸 생각 해 보면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의 의사를 반영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며, 그마저도 대부분 국가가 승소하는 행정 재판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을 행사하는 데 있어 예산의 한계가 왔다고 보기에는(즉 정책집행을 위한 추가 조세집행의 필요성 제기)
한국 관료기구들의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며, 실제로도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나라에 도둑놈과 비밀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경우가 많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산 한계와 추가 조세집행의 필요성에 대해 운운하기 전에, 먼저 엘리트주의의 혁파와 정책, 예산집행의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지네요. 특히 투명성에 대한 건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정치가와 관료집단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며, 오로지 강력한 법률 제정과 시민감시체제의 확립만이 해결책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현대국가의 재정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하기에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며, 심지어는 관련 공무원조차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할 지경인데요.
이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국민 개개인의 지적수준과 시간을 가지고는 국가 재정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여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겠지요.

이 문제는 국가 예산집행의 복잡성을 낮추거나
혹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해 아주 작은 집행단위로 쪼개서 예산을 집행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현대사회의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왜냐하면 이미 현대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기에, 이를 관장하는 관련 부서와 국가도 일정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복잡성이 요구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에 대한 해결은 관료기구와 정치권의 엘리트주의와 후진성, 국민들의 지적, 시간적, 환경적인 능력의 한계로 인해 시민참여와 예산효율성 증가 문제에 대해 해결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나, 그나마 최선의 방법은 엘리트주의와 비밀주의의 혁파와 정보 공개, 시민감시기구의 설립을 통해서 완화시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정도가 있네요.

그러나 한국 엘리트주의 특성상 시민 권리의 증진과 엘리트들과 국가 예산에 대한 엄격한 법률의 제정, 제도적 참여권한의 증진은 강력하게 저지되고 있고, 엘리트주의적 세계관에 익숙한 시민들도 구태여 요구하지 않기에 변화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경향성으로 인해 시민 참여의 증진, 관료 기구의 투명성과 예산낭비또한 개선이 될 가능성이 없고, 조세저항으로 인해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가용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어려우니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는 구조 자체가 통채로 바뀌기 전에는 큰 변화는 없을 듯 싶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글에 대한 의문점이나 요청점, 남기고 싶은 댓글이 있으시면 남겨 주세요. 단 악성 및 스팸성 댓글일 경우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모든 댓글은 검토 후 게시됩니다.

Trans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