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가 없는 제 3국 입장에서 볼 때, 일본 역사 교과서가 한국 역사 교과서보다 객관적인 서술을 했다고 평가되는 이유

NYT에서 발표한, 제3국 입장에서 볼 때 일본 교과서가 그나마 가장 정확하다는 것을 읽고 생각나서 기록을 남겨 봐요.
참고 링크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7185.html


사실 한국과 일본의 보통교육 역사 교과서의 조상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한일 양국에서 대중적인 교육에 사용하기 위한 근대적인 형태의 역사 교과서가 처음으로 서술된 것은 일제시대에요.

당시 일제의 역사 교과서는 지배계급(고위 군 관료, 화족, 파시스트 민간 정치가 등)의 입맛에 맞춰 국뽕을 주입하기 위한 수 없는 왜곡과 날조가 가해졌었으며, 과학적인 역사 연구 결과를 따라 원시시대부터 근거에 기반하여 선형으로 서술한 게 아니라 기원전 660년에 야마테라스신이 일본열도를 창립했다는 신화적인 연대기부터 설명하는 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역사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일본제국이 2차대전에서 패하고 미 군정이 들어섰는데,
미 군정은 당시 미국의 아시아 관리 정책상 일본을 일종의 거점이자 우호국으로 사용할 예정이었기에, 미국을 적대하고 터무니없는 국뽕과 파시즘사상을 주입하는 적대적인 교육 체계는 그 근본부터 갈아엎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미 군정의 의도에 의해 국수주의와 국뽕 주입, 신화연대기에 기반한 날조 서술 등이 죄다 갈아 엎어졌으며, 이 때에 갈아엎어진 것이 친미 민주주의 체제의 유지 등으로 인해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상당히 남아있다는 점 덕에 제3자의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객관성이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의외라면 의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러한 생각은 실상 한국정부의 역사교육과 이데올로기 선전에 의한 편향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좀 오래된 보도이기는 하나 NYT의 언급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제3자가 보기에 왜 일본 역사 교과서보다 편향된 것으로 보일까요?



일단 이 점에 대해 이해하려면 한국에서는 미군정의 정책이 조금 느슨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완전한 통제하에 두어 철저하게 관리한 일본과는 달리 패전이후 한반도의 관리는 일본에 비하면 상당히 느슨한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GHQ는 한반도 또한 관할하고 있었으나
대체로 향후에도 영향권에 둘 일본의 통치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것과 달리, 한반도에서의 통치는 대체로 조금 느슨하였으며 일찌감치 성립된 초기 이승만 정부에게 역할 중 상당 부분이 위임되었지요.
이는 애치슨 라인으로 대표되는 당시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 때문이기도 한데,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의 거점 역할을 하고 한반도는 미국의 관할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적당히 처리하고 철수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도리어 구 일본제국의 잔재가 한반도에 더 많이 남아있게 되었고,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패전이후 구 일제의 교육잔재를 충실하게 따른 건 일본보다는 한반도라고 볼 수가 있더군요.

그렇기에 교과서의 서술 양식도 대체로 과거의 것을 그대로 따랐으나
새로이 정부를 장악한 민족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통치와 집권을 정당화하려다 보니, 구 일제 역사교과서에서 '일본 민족'이라고 서술된 부분을 '한민족'으로, '천황'에 대한 숭배는 천황대신 민족 혹은 국가를 신성화하여 천황 자리에 대신 집어넣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천황'자리에 들어간 게 김씨가문 3代이구요.


결국 미군정의 미흡한 한반도 정책과, 정신적, 사상적으로 한민족주의 이외에는 구 일제 통치자들의 마인드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던 초기 민족주의 통치계급의 이해관계에 의해 일제시대의 왜곡된 역사교과서 포맷이 독립 이후에도 사실상 그대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제3자가 보기에 객관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짐작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