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을 보게 되었는데요.
1930년대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통찰력을 보여주었음과 동시에.....
근거는 없지만 일본이 왕도고 서양이 패도니 왕도가 이길 수 밖에 없다고 한다거나 종교(일련종)의 허무맹랑한 예언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점 등으로 인해, 감상적인 망상과 비뚤어진 애국심을 통해 스스로가 가진 지성을 뒤집는 망상으로 흐르더군요.
이러한 현상은 현대 한국의 지식인층에게서도 볼 수 있는 현상으로서, 논리적 판단능력과 사회의 주박이 충돌할 경우에 보여지는 전형적인 좀비 행동 양식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지에 이런 정신병자들이 많죠.....
암튼 그의 개인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각설하고 '세계최종전쟁론'의 내용에 대해 다뤄보자면요....
그가 이 저작을 작성한 연도가 1930년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단 저작의 전반부에서는 상당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종 병기(핵무기)의 출현이라던지 강대국 간에 강제적으로 성립된 평화 같은 부분에 대해서 어느정도 예상한 모습을 볼 수 있더군요.
역사의 변화에 따른 전쟁 형태의 변화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잘 묘사하였는데요.
시대의 특성에 따라 전쟁의 유형에 대해 단기간에 결판이 나는 '결전 전쟁'과 오랜 시간 전쟁을 치뤄야 하는 '지구 전쟁'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고, 전쟁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천에 따른 변화양상을 나름대로 잘 설명했음을 알 수 있더군요. 파시즘이 당시의 주류 사상 중 하나였다는 것까지 고려해 보면, 군대와 사회 관리의 흐름이 전제 -> 자유 -> 통제(파시즘적 관제 체제)로 변화한다고 보았다고 해서 그렇게 틀렸다고만 하기도 뭐하긴 하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시와라 간지 자체는 현대(1930~40년대 당시)의 파시즘체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가 이뤄지기 전의 일시적인 것으로 보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역사상의 발전속도로 미루어 보아 30년 이내에 최종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보았고 그 이후로는 강대국 간의 전쟁이 사실상 사라진다고 보았는데요. 21세기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이것도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정확한 최종전쟁 발발 연도와 최종 전쟁에서 패배자가 일본이 될 것이라는 건 못 맞추었지만요.
그러나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엉망진창 정신병 같은 서술을 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일단 그 이론의 근거가 되는 것 중 하나가 근거없는 일련종계 예언서로, 부처가 떠난 뒤 2500년에 큰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는 걸 최종전쟁 발발 시기의 예측 기준으로 삼았으니 답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시와라 간지 본인도 니치렌의 활동 시기가 말법시대가 아니라는 계산상의 오류(즉 예언서가 잘못된 점)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세뇌에 지나치게 물든 나머지 사실과 종교적 망상세뇌 중 망상세뇌를 선택하고 말았고, 객관적인 연도를 명시하지 않고 제멋대로 20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헛소리를 하더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생산력과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에 대해 교묘하게 감추는 서술을 하였는데요.... 미국이 20년 뒤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게 되긴 하겠지만 일본이 어떻게건 따라잡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라던지. 미국을 위시로 한 서구 문명은 패도이고 일본을 위시로 한 동양문명은 정신과 물질이 어우러진 왕도이므로, 세계의 운명을 가르는 최종전에서는 무조건 왕도가 이기고 천황이 세계의 맹주가 될 것이라는 헛소리를 썼더군요.
이렇게 그가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했으면서도 이렇게 왜곡된 헛소리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데요. 사회적 주박이나 조국(일본)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했던 나머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뇌내망상)으로는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죠... 결국 머리로는 알았지만 세뇌주박을 거스를 수 없으니 결국에는 망상 헛소리로 주장을 마무리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형상은 현대 한국에서도 내노라하는 쓰레기 지식인들과 관변 언론인, 명문대 출신 망상충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 증세이기도 한데요. 머리로는 사실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뇌내망상 주박과 충돌하게 될 경우 조건반사적으로 후자를 따르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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