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세대(5060 사회지도층 남성)와 현 20대 남성 간 인식차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하여

조선일보 뉴스 [여성이 약자라고?”…표창원 주최 20대男 간담회 가보니]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31/2019013100704.html

와 아래 동영상을 보고 드는 생각이 있어서 적어보네요.


표창원 의원 세대 중 일부 자수성가형 의원이나 정치가들에 대해 조사해 보면, 상당수가 '가문을 이을 남자' 혹은 '공부 잘하는 오빠'로서 여동생이나 누나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고시준비를 하여 사회에 진출한 케이스가 꽤 많더군요. 이들의 여동생이나 누나는 남동생 혹은 오빠를 위해 어릴 때부터 희생한 경우가 많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꿈을 접고 취업 전선에서 열악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걸 어릴 적 혹은 2030을 거치면서 봐 온데다가.... 다른 한편으로 당시에는 여자들이 실제로 차별받던 시대이고 좋은 직종에 취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설령 좋은 회사에 취업한다고 해도 대부분이 비서나 잡무를 처리하는 사무원에 불과했고 대개 3년 뒤에는 시집가리리라고 예상되었기에, 승진이나 역량의 성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대였기도 하지요.

그런 것을 보아오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는 생각을 마음 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구...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대개 여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던 시대로서, 나름대로 지식인으로서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마음속 생각을 가지고 20~30년 정도를 자기 분야에서 바쁘게 살아오다가 어느새 사회지도층이 되었는데..... 문젠 이들은 자기 인생을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사회적인 변화에는 덜 민감하다는 점이 있더군요.
이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에야 과거의 미안함과 서운함, 젊은 시절 가졌던 문제 의식을 해결하고자 나름대로 노력을 하려고 하는데... 정작 지금 와 보니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
문정권이 쓸데없이 북한에게 우호적이고 북한에게 협력하고자 별 짓을 다하는 걸 보면, 꼭 이것이 아니더라도 여러 방면에서 사회관념과 도덕 의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겠더라구요.

특히 이들에게 있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자신들이 2030일때 해당 또래의 남성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과 사회악습에 대한 비판 의식을 현 2030 남성이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들은 지난 30년간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반응이 느립니다.
결국 이런 의식차이에 대해 해소하고자 표창원 의원이 20대 남자들을 불러다가 간담회를 연 거 같은데... 서로 간의 골이 매우 크다는 것만 깨닫게 된 거 같더군요.


표창원 시대의 5060 남자들과 현대 20대의 환경은 거의 천지개벽 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라졌는데요.
과거에는 모든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기 어려웠고 남존여비 사상으로 인해 누나나 여동생이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대에는 그런 일은 거의 보기 힘들지요.

자식 수도 끽해야 2~3명이고, 남존여비 사상도 21세기 들어서는 거의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현재의 주류 사상인데요. 반면에 장학금 혜택이나 사회의 제도적인 면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기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희생하는 일은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도리어 오늘날에는 집안에서 누나나 여동생이 남동생이나 오빠보다 공부를 더 잘 하면, 이쪽을 밀어주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물론 대개는 남녀차별 없이 비슷하게 대우해줍니다.)

여자를 대상으로 한 특례 프로그램들이라던가 각계각층에서 여성 연구원이나 여성 지원자에 대한 가산점 등등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고, 여자는 강제징병의 대상이 아니기에 남자 대비 젊은 시절 2년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 것 같더군요. 구 시대 남자들이 여성배려에 대한 관념과 측은지심이 남아있는 것도, 현재 20대 여자들에게는 은연중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대우와 월급은 동일하게 하면서도 소소한 배려가 주어진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지요.

반면에 현 20대 남자들 입장에서는 구시대 5060 사회지도층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이 희생한 세대는 아닌데요. 도리어 구시대 남자들의 인식으로 인해 여자들이 소소하게 배려받고 그만큼의 손실과 불이익을 감내하던 세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사회적, 문화적, 법률적 변화로 인해 이득은 거의 없고 짐만 있는데다가, 20대에 강제군사노역이라는 일종의 형벌까지 지게 되니 여자들에 대한 피해 의식이 생겨나게 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더라구요.


게다가 현 2030 남자들은 구시대의 관념으로 인해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세대이기도 한데요. 특히 성비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구시대 사람들의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90년대 초 세대의 성비는 100:108(여자:남자)에 육박하며, 이는 연애시장 등지에서 남자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결과를 가져왔거든요.

과거에는 어떻게건 결혼해야 한다라는 관념이 있었으나 오늘날엔 여자들도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기에, 생존을 위해서 낮은 계층의 남자와도 억지로 연애하거나 결혼해야 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여자들은 절대적인 수도 적고 그 안에서 연애나 결혼을 선호하는 비율도 줄었는데요. 반면에 남자들은 아직도 연애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많고 수도 많기에, 여자대비 상당한 연애 스트레스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소소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공식적으로는 간과되며 언급되지 않는 요인이지만, 어쩌면 2030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피해의식을 크게 느끼는 데에는 이런 요소들도 있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20대 여자이고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 의식이라던가 큰 비판점을 딱히 가지고 있진 않은 편이지만, 5060 사회지도층 남자 세대와 2030 남자 세대를 비교해 보니 나름대로 생각나는 게 있어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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