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 미국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1. 미국(서방)은 오로지 자유민주주의 + 자본주의의 조합인 경우에만 정통성 있는 정부라고 보는 치명적인 인식 오류가 있는 점

미국이 아프간에 개입할 때 사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기본부터 완전히 잘못된 가정을 했는데요. 바로 다름아닌 민주주의 정부만이 민중의 지지를 받아 해당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지고 있으며(가질 수 있으며), 미국이 개입해서 민주주의 정부를 만들어놓으면 자연스레 미국의 협력국이 된다고 믿은 점입니다. 

수십년째 실패하는 방법론이지만 미국은 아직도 이 가설을 믿는 정치가들이 꽤 많은 것 같고.... 그 결과 대외전략에서 수천억 달러의 돈과 수십만의 인명만 낭비하고 별다른 소득이 없는 행태가 20년 넘게 반복되고 있죠.


사실 탈레반은 아프간인 입장에서 보기에는 가장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부이며, 구 아프간 정통 국가의 명맥을 잇는 정통 정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아프간인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파슈툰인만의 집단이라고 하지만, 45% 정도면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통성을 가지고 정권을 잡기에 충분한 비율이지요. 여기에 다른 종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탈레반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프간인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정치집단은 바로 탈레반임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요번에 탈레반은 북부지역부터 장악을 했는데, 이는 그동안 대립해오던 타직족 등 소수민족들도 상당수 포용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즉 카불이 무너지기 전부터 이미 45% + @의 지지를 받는 아프간의 최고 지지 집단이었으며, 정당성이 강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게릴라 집단은 민중의 지지가 없으면 오랜 시간 대규모 점령지 유지가 불가능하며, 20년간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 항전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데요.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탈레반이 민중 지지를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은 탈레반과 비슷한 집단이면서도 극단적인 억압통치로 민중의 반발을 산 집단인 ISIL과 비교해보면 극명해지는데요. ISIL의 경우 잘 나갈때는 여성들을 노예화하고 반문명적인 짓을 저지르며 민중을 마구잡이로 약탈했으나, 세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몆몆 구석지방의 테러집단으로만 겨우 연명하는 처지가 되었죠. 

민중의 지지가 없으니... 외부 세력이 개입해서 이들 집단의 표면적인 군사력을 말살하자마자 민중의 반발로 즉각 영향력과 통치권을 상실한 것입니다. 

반면에 탈레반은 미국과 정부군의 압도적인 공세에도 불구 상당 지역을 20년 넘게 통치했으며, 미국의 지원이 끊기자마자 즉시 반격해서 며칠만에 아프간 정부를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 점만 봐도 탈레반은 상당수 아프간 민중의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해볼 수 있죠.


설마 정상적인 사고관을 가졌다면 탈레반을 지지할까? 싶겠지만, 대부분의 아프간인은 서방 선진국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안드로메다급으로 차이가 나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개합니다. 과거 관련 통계를 참고해보면, 아프간인은 샤리아법을 실정법으로 해야된다는 주장에 대해 독보적인 99%의 지지율을 보여준 바 있지요.



참고 링크 : https://m.blog.naver.com/santa_croce/220546101399

지금도 서방의 언론 매체들은 탈출하는 아프간인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수백만 아프간인들에 비하면 소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불이나 대도시권에는 서방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층이 수천~수만명 정도 있고 서방국가에 협력한 인원의 수도 수천명 정도 있는데요. 이 사람들이 탈출을 위해 공항이라는 한 자리에 모이니 굉장히 많아 보이는 효과를 보였을 뿐이지요.


결국 그 수준에 맞게 대다수 아프간인의 지적수준, 인식수준에 맞는 정부가 들어서게 된 것이고, 민중의 의지에 반하는 미국의 정책은 실패로 귀결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Every nation gets the government it deserves)


2. 장기 점령통치와 직접적인 구조 개선을 염두에 두지 않은 군사개입, 정복자로서의 책임인식이 부족한 미국

이 부분도 근래 미국 대외군사전략의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현대의 미국은 주로 압도적인 군사력, 특히 정보력과 공군력, 고도의 전술적 구사를 통해 상대국가의 군사 전력을 시간 단위로 말살하더군요. 그러나 전장터에서는 매우 유능하면서도 정작 전쟁 이후에는 점령한 지역에 대해 큰 책임감이 없는지... 그 정도의 능력이 있으면서도 전쟁 이후 별도의 직접적인 조치를 잘 하려들지 않더군요.

그저 적의 군사력을 붕괴시켜 놓고 현지인들 아무나 불러다가 미국식 민주주의 정부를 세워놓으면 모든 일이 알아서 잘 풀리고, 대외적으로는 친미 국가가 하나 더 만들어져 미국 패권유지의 선봉장 중 하나가 된다고 믿는 듯 한데... 안타깝게도 요게 성공한 곳은 과거 한국이나 일본 정도 뿐이며 근래 들어서는 성공사례가 거의 없죠... 게다가 한국이나 일본은 수년간 직접 통치하면서 내부 구조를 완전히 미국식으로 개조했기도 하구요.


이런 방식은 수많은 대외 개입 케이스들 중에서도 오로지 '해당국의 시민들이 미국과 민주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개입 이전에도 어느 정도는 지지하거나 혹은 필요로 할 것' + '기술과 인식 수준이 높고 부정부패와 비리가 심하지 않아 원조만 해주면 알아서 성장 할 수 있음'이라는 조건 하에서만 성립이 되는 케이스입니다. 불행히도 미국 정치가들의 인식과 달리 이런 조건을 다 갖춘 경우는 상당히 드물죠...

불행히도 아프간은 시민들 인식수준상 '탈레반 정권'정도로도 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며, 미국과 민주주의도 싫어했습니다. 게다가 사회구조상 인식과 교육 수준이 낮고 심하게 분열되어 있어 원조만 해준다고 알아서 크는 환경도 아니었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 점령과 직접통치를 바탕으로 하는 계획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비인도적으로 비칠 수는 있겠지만, 후환을 막기 위해 과거 일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전범으로 처벌했듯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목록과 극단주의 성직자 목록을 모아 대규모 처분(추방 혹은 처형)을 하는 한편, 사회 구조적으로도 점령군이 직접 통치하면서 문화나 사상을 강제적으로 뜯어 고치고, 저항하는 이슬람충들은 이유 불문하고 족족 처분령을 내려서 대항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거죠.

아프간 수준을 생각해보면 이런 과정을 10년이나 20년정도 거치면서 근본 사상, 사고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쳐도 될까말까한 것을... 어중간하게 때워 버리고 말았으니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한 데에는 이른바 점령 뒤의 '비용절감'도 한몫 한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그 과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이룬 것에 비해 돈도 어마어마하게 나갔죠... 원조 자금은 아슈라프 가니 같은 양아치들이 다 먹어치웠고, 군사적 지원은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아프간군 간부들이 부정부패하느라 탈레반 배 불리는데 사용되었으니 말이지요. 차라리 직접 점령하고 강제통치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싸게 먹히고 테러집단 탈레반 씨도 말려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강제점령이라는 면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중국의 경우 위구르, 티벳을 군사력으로 강점한 뒤 저항세력은 철저하게 총살하고 스마트폰에는 감시앱을 깔게 시키며, 본토인(한족)들 대거 이주로 원주민들을 하층으로 몰아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서 수십년간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있죠. 반면에 미국은 외국을 강제점령 하면서도 어중간하게 정의의 사도인 양 생각하면서 온정주의로 해당지역인간들 사상을 존중하는 실수를 했으니 결국 중국만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예 해당지역 정부만이 이상하며 미국이 민중의 지지를 받는 등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개입하거나, 혹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강제점령임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처신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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