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베링의 '종교 본능' 이라는 책과 로버트 슈워츠의 '당신 영혼의 계획'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요.
철저한 무신론적인 논조, 현대 인지심리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인생의 우연들과 신에 대해 풀어 쓴 '종교 본능'과, 반면에 인생은 필연이며 영혼 각자의 성장을 위해 계획한 것이라고 보는 '당신 영혼의 계획'이라는 책을 보고 나름대로 생각나는 게 있어서 써 보네요.
먼저 종교 본능이라는 책에 따르면...
결국 인생은 우연적 요소와 큰 의미와 논리적 개연성이 없는 사건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인간의 진화심리학적, 인지적 구조상 이러한 우연적 요소에 개연성을 억지로라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더군요.
인간의 심리인지구조상 인생에 있어 일어나는 일(특히 우연히 일어난 부정적인 일)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아무 의미를 두지 않는 것보다는, 나름의 의미를 붙이는 것이 인간의 진화구조상 더 유리한 일이라 그렇게 진화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논제라고 볼 수가 있네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간의 인지심리학적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연에 대한 목적 인지 - 인간은 삶에서 우연히 발생한 개연성 없는 일에 대해 목적을 붙이는 인지적인 행태를 보인다. 특히 이유 없이 고통스러운 일일수록 더더욱 개연성과 목적성을 찾으며 개연성과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그것이 신의 징벌이라던지, 수호천사의 메세지라던지와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기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특이 이러한 것이 인간에게 내재된 특성이라는 것은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데
무신론자들을 불러서 이러한 우연성에 대한 실험을 했더니, 이들은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우연적으로 발생한 일에 대해 나름대로 인과관계와 흐름?등의 요인을 유신론자와 비슷한 방식대로 설명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관찰 인식 -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은 집단위주의 생존을 하도록 진화한 종이고 이 과정에서 속내를 숨기고 사회적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유전자를 남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집단 사회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에 타인이 보는 곳에서만 평판유지를 위한 행동을 하다가는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실수로 평판을 떨어트릴 일이 많고. 타인이 관찰하지 않는 곳에서도 평판을 유지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평판과 유전자 보존에 더욱 유리하였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이렇게 평판을 유지하는 행동을 향시 하기 위해서는 실제 타인이 없더라도 관찰자를 가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이러한 심리기작 위에서 작동하는 것이 가상의 관찰자로서 '신'이라고 하네요.
이것 또한 나름대로의 실험으로서 증명을 하였는데
아동들에게 시험을 치르도록 한 뒤 신이나 투명한 요정세계의 공주가 관찰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에는 부정행위의 비율이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영속성 인지 - 인간은 심리적으로 비존재로 존재할 수가 없기에 그러한 체험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다른 인격체의 비존재를 가정할 수가 없기에 본능적으로 불멸성을 가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명확한 실험은 아직까진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코티르 증후군의 사례를 볼 때 특정한 인지 기능의 장애가 불멸성애 대한 맹신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때 이는 영혼의 존재가 아닌 인지적 기능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더군요.
반면에 당신 영혼의 계획에서는 이와 반대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위의 우연성에 대한 가설과는 대조적으로 인생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은 없으며,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전생의 계획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정해놓은 일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혹은 전생의 카르마?를 해소하거나 이러한 시련과 우연적인 일에 대한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얻던지 한다고 하네요.
위의 인지심리학적 논증들이 대체로 실험을 통해 증명되는 것과는 달리 아래의 글은 사후결과를 통해 귀납적으로 추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고난을 통해 더 나아기지고 하며, 그 과정에서의 고뇌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다는 현상은 상당히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는 합니다. 또한 그러한 일을 통해 신과의 관계나 영적인 인식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거나 혹은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등등이 향상되는 경우도 많지요(사실 이건 위의 종교 본능이라는 책에서의 실험에 나온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단점이라면 전생이라던지 인생계획과 같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주장의 증명 자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있고. 전생의 계획을 짜던 시절... 혹은 탄생 이전의 일을 영매나 주술 등 특수한 방법이 아닌 보편적으로 재현 가능한 일반적인 방식으로의 증명은 더더욱 불가능하기에 정확한 논리적/실증적 증명과 재현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네요.
또한 시련과 고난을 통해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은 사실 많은 부분이 일반 인간들의 보상심리에 근거하고 있고 정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것인데요.
현실적으로는 도리어 고통과 고난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더 무너져내리는 일이 많고(현실 세계에서 고통과 고난을 일상적으로 겪는 대표적인 계층인 흙수저일수록 심리적으로 더더욱 취약하고 약하며 피로와 스트레스 내향성이 낮은 경우가 많지요.), 고통과 고난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높은 확률로 타당성이 있는 게 맞다면 극단적인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생겨나는 PTSD와 같은 증상들이 그리 흔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인식과 인지 체계의 장점도 분명하긴 한데요.
일단 이러한 사고체계와 인식 체계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적 추론에 부합하며
고통과 고난이 아무 의미 없다고 보는 것보다, 신이나 나의 영혼이 나의 성장을 위해 예비해 둔 고통과 고난이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것보다 인생에 대해 긍정적이고 배우려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사실일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방식을 통해 반증하긴 어렵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이익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지요.
결론적으로 따져볼 때 위와 같은 인생의 우연성과 흐름에 대한 인식 차이는 크게는 유물론과 유심론적 세계관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고. 나름대로의 논리 체계 하에서 정합성을 가지며 장단점이 있기에 인생에 있어 꼭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거나 정답이고 옳다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무녀로서의 '리아트리스'는 영적인 감각과 능력을 통해 후자가 맞는 거 같다고 인식하지만.
과학자로서의 '리아트리스'는 논리적 타당성과 반증가능성에 대해 고려해볼 때 논리증명과 실험에 의한 반증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무신론적 관점인 전자의 논지가 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후자는 기본적으로 반증 불가능 오류 + 고난과 성장에 대한 비과학적 인식(사회적인 통념이기는 한)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결함을 가진 논증이라고 파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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