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신연구를 읽고

사실 그냥 심심해서 주말에 쉬는 겸 해서 읽어 본 책인데요. 내용을 보니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전체적인 내용은 중국 여신에 대해 다루고 있긴 하지만, 실상은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에 대한 일반론에 가까운데요.

원래 동서고금 아주 초창기의 원시 신화에서 여신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근원적인 존재로서, 세계 전체를 창조한 반 초월적인 존재이자 모성을 가진 존재로 표현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초창기 인류 사회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은 일종의 신비 현상으로 생각되었던 것 같으며, 이를 신성시하던 결과가 원시 신앙으로서, 세계와 자연 전체도 처음에는 누군가가 신비스러운 방식을 통해 낳았던 게 아닐까 하는 사유가 담겨 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사회가 남성(가부장제)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신화도 남신이 세상을 다스리고 여신은 이를 보조하고 남신의 씨를 받아 창조를 수행하는 보조적인 역할로 내려가게 되었다고 보더군요. 인류 사회가 남자 중심으로 변하자 신화도 인간의 변화를 따라 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후대의 문학발전의 영향을 받아 완전히 후대의 관념 하에서 다시 쓰여졌기에, 초창기 여신 중심의 사유가 거의 보여지지 않는다고 보았더군요. 반면에 중국 신화의 경우에는, 신화 자체는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이른 시기에 쓰여졌으면서도 문학화의 영향을 크게 받진 않아 기존의 여신 원형이 잘 보존되어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달리 중국 신화에서는 여신의 변천 과정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원래 중국 신화에서 '여와'는 신들을 창조한 근원적인 여신으로서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세상을 창조하였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그러나 후대에 남성 중심으로 사회가 개편되면서 '산해경'에서는 남신 '황제'의 아내로서 도움을 받아서야 비로소 창조가 가능하였다 정도로 서술이 바뀌게 되었고.
더 후대에 쓰여진 신화에서는, 초기에는 근원적 대시모신의 지위를 가졌던 여신이 신하 남신이나 혹은 남신의 누이나 딸로까지 지위가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그 외에 항아나 서왕모와 같은 여신들도 있는데
초기에는 신성한 존재이자 자연을 포괄하는 존재로서 '반인반수'를 포괄하는 생김새를 가졌었으나, 후대에는 남신 - 인간 중심으로 신화가 개편되면서 점차 완전한 인간의 생김새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더군요.

더 나아가서는....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에 따라 여신에게서 신성함과 자연을 상징하는 모습들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인간 남자들의 욕망과 음란함을 투사하는 형태 - 즉 관능적이고 성적인 특성들을 드러내는 미녀의 모습으로 묘사가 점차 바뀌어 가더군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여신들은, 이러한 묘사의 변화가 최종적으로 반영된 형태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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