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의 신과 모형정원 세계



태초에는 하나가 있었는데요.

어느날 그 하나가 자신의 다른 측면을 체험해보고 유희를 즐기고자 자신의 일부를 여러 갈래로 쪼개었다고 해요. 이것이 우주의 시작이지요.

이렇게 우주는 신의 의사에 의해 시작되었고.
우주 또한 자신을 나누면서, 빅 뱅이라는 큰 울음소리를 통해 세상의 물질들과 만물을 탄생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물질들과 은하계들과 행성들이 생겨났지요.


신은 그 중에서도 몆몆 특별한 행성에 작지만 좀 더 재미있는 장난을 쳐 보기로 하였는데요.


그런 행성들 중 하나가 지구로서
행성 내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화학 반응을 일으킨 끝에, 온갖 생물체들이 출현하고 진화하고 날뛰면서 생태계라는 게 나름대로 정립되게 됩니다. 비록 우주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부분이나 우주 전체만큼이나 역동적인 자연계의 탄생이었죠.

이러한 자연계의 역동성을 수억년간 가지고 놀다가, 조금 지겨워진 신은 다시끔 새로운 장난을 쳐 보기로 합니다. 바로 이러한 장난감 모형 정원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최소한의 지성을 가지고 신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 지성체의 탄생이었지요.


신에게 새로운 유흥을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라는 장난감은....
초창기에는 매우 미약하였으나, 우연히(어쩌면 신이 트리거를 걸어서)지성을 얻고 나름대로 문명을 건축하면서 신에게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게 됩니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모형정원에서 인간들이 스스로 여러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재미있는 것들을 불어넣어 주었는데요.

하나는 근원적으로는 신과 하나였던 존재들인 인간이 아주 작은 부분만 자신이고 세계의 다른 부분과는 다르다는 분리의 환상이고, 다른 하나는 절대성에 대한 인식으로서 신과 진리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정의나 선악에 대한 개념을 불러일으켜 인간끼리 서로간에 장난을 아주 잘 칠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죠 :)

그 외에도...
신은 그들의 영혼을 육체라는 쇠사슬로 옥죄었으며, 인간에게 온갖 욕망과 본능을 불어넣어 점차 순수성을 잃고 모형정원에 집착하고 욕망을 추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기심과 폭력성을 통해 남을 해치도록 하였고, 성욕을 통해 쾌락과 번식에 집착하고 신의 유희를 위해 장기말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탐욕을 통해 끝없는 소유의 수렁과 환상에 빠지도록 하였던 것이지요.


그 결과 인간은 신에게 유희를 제공하기 위해 문명을 건설하고 다투고 죽이고 물질을 만들고 자손을 생산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수천년의 시간이 흐르자 이러한 마구잡이 난장판 모형정원 위에서도 극 소수의 영혼들은 나름의 깨달음들을 간신히 얻게 됩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마음을 비우고 집착을 떨어내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있었고, 다른 하나는 절대적인 신이 나름대로의 질서를 세웠기에 거기에 따라 행동하면 이 난장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있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되면 인간들이 벌이는 난장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났으나
다수의 인간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욕망과 충동을 따라 살아갔으며, 심지어는 이러한 성향이 고착화된 끝에 세세토록 환생하면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 일수였지요. 현자들의 깨달음은 지배자들의 정당화와 피 지배자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편리한 망상 속에 종교로 변질되었으며, 탐욕심과 욕망은 물질 문명을 급속도로 발전시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절대적인 길이 있다고 믿는, 정의를 추종하는 자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으나 세상의 엉망진창 유희판에 점차 지쳐만 갔고. 그들이 유희심을 포기하고 용납할 수 없는 '악'이라고 정의한 행동들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생겨나며 그들을 끝없는 고뇌에 빠트려 갔지요.
세상이 진리이며 게임과 환상이 아닌 것이라고 믿는 영혼들은, 스스로 고난의 길을 자처하며 집착에 집착을 더하였으나 아무리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부족함의 늪에 자신을 점차 가라앉혀 갈 뿐이었습니다.
물질 문명의 발전에 경도되어 이러한 것들이 장난이 아닌 진지한 것이라고 믿게 된 어린 영혼들은 세세토록 환생하면서도 세상의 즐거움을 더 탐하고자 집착하였고, 분리성은 더더욱 심해지며 탐욕에 자연은 점차 파괴되어 가고 권력자들의 욕망과 야심은 점차 커져만 갔지요.

동서고금 수많은 현자들의 깨달음이 이미 나와있으나 따르기는 지극히 어렵고
영적인 진리에조차 거짓을 고하며 장난치는 무리들도 넘쳐나기에, 영적인 고뇌를 통해 보지 않으면 일말의 힌트를 찾기조차 어렵게 되었지요. 모든 것을 다시금 순수한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근원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었던 그 동안의 필터들을 다 던져 버리고 순수한 신성에 대한 의식을 다시 가져와야만 하겠지요.

사실 모든 것이 하나이고 반복되는 것이기에 영혼들도 언젠간 다시 신에게로 되돌아갈 것이나, 그러기 위해서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만 하겠지요. 또한 신의 유희심과 흥미를 충족시키고자 다시금 모든 것이 변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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