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트 철수 작전, 숭고한 영웅과 비참한 도망자 사이의 어딘가


덩케르트 철수 작전과 관련된 영화와 책을 보았는데요. 독일군을 피해 달아나는 영국-프랑스 군인들과 이들의 철수를 돕는 해상 선원들의 사투에 관련된 내용들이더군요.

역사적인 사실만을 언급하자면

1940년 5월에 일어났던 철수 작전으로...
독일 나치군대의 맹공격에 궤멸 위기에 처한 영국 육군이 필사적으로 철수한 작전이며, 히틀러의 진격 정지명령과 기적적인 기상 개전 등 몆 가지 우연적인 요소가 맞물려서 32만명의 영국과 그 동맹국 군대가 안전하게 철수한 작전입니다.

이 덕분에 영국 본토를 지켜낼 수 있었고 후에 나치 독일에 반격할 수 있는 군사 전력의 기반이 되었다. 정도가 이 작전의 후일담이구요.



여기까진 역사적으로 다들 잘 알려진 이이기니 이 정도에서 넘어가구요.
제가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어보고 싶은 것은... 과연 그들이 영웅인가 비참한 도망자인가, 아니면 그들이 선 바로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하였을 뿐인 시민과 병사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분명히 그들이 서 있던 덩케르트와 그 인근 바다에서 최선을 다하였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자국의 병사들을 위해 스스로 배를 끌고 사지로 들어간 선원들의 용기에도 의문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영웅이였는가? 이건 상당히 의문이 가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 자리에 있던 독일군들도 최선을 다하였으며, 독일군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달아나는 도망자와 골치아픈 악당들에 불과하였거든요. 결정적으로 독일이 이겼다면 덩케르트 작전은 그저 '연합군의 패주' 정도로 기록되었을 것이고, 덩케르트의 전사자들은 그저 패주하다 수장당한 도망자의 신분과 명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게 분명해서요.


오늘 본 책에는 덩케르트에서 활약하였던 여러 선박들의 이름과 병사들의 이름, 수많은 무명 유명의 전사들의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고 바로 눈 앞에 보여지는 것처럼 훤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매체에서 말하는 것처럼 영웅이나 뭔가 초월적인 위업을 이루어낸 자들이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었어요.

객관적으로 그들이 한 행동은 도망이었고
그들이 처한 운명이 너무나 비참했기에 그걸 이겨내고자 어떻게건 노력한 사람들일 뿐이고, 성공과 실패 여부의 많은 부분이 운에 달려 있었거든요.

게다가 그들 민간인 선주들이 자발적으로 전선 활동에 나섰다고 기록되어 있기는 하나...
과연 그것이 순전히 자발적인 활동이었는지, 아니면 현장에서는 강제 징발과 강압으로 유지된 군사 명령이었으나 영국이 승리하고 역사가 윤색되면서 자발적인 활동으로 위화됨과 동시에, 나름대로의 보상으로 입을 다물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서요.

패자 나치의 강압행위는 역사에 낱낱히 공개되었으나, 승자 영국의 강압행위는 전문적으로 자료를 뒤지지 않는 한 참 찾기가 힘들죠...


결국 이 자료들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란....
영웅과 도망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이며, 많은 사람들의 운명과 노력이 어우러진 오케스트라였으면서도, 개개의 영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허망한 점도 있다는 것입니다. 후대에는 빛나는 영웅으로 묘사되었으나, 각각의 참여자들의 영혼이 경험한 것은 고통과 두려움 뿐이었을 지도 몰라요.

게다가 하나의 비판과 오점하나 없이 신성화되어 초현실적인 현대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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