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마와 하층민, 그 삶의 유사성에 대하여.

말 중에는 소위 '시정마'라는 굉장히 미련한 말 종류가 있는데요.
시정마라는 것은 종마의 번식을 도와주는 말로서, 암말을 발정시키는 작업을 종마 대신 해서 종마가 빠르게 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말입니다.

특히 암말은 발정기에 성격이 사납고 날뛰는 성격이라, 발정내는 과정이 없으면 교미를 거부하거나 수말을 걷어차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수백억을 호가하는 종마가 암말에게 걷어차여 번식 능력을 잃거나 하는 것도 큰일이므로 먼저 사전작업을 들인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투입되어 2~3시간 동안 암말을 발정시키고 나면 결국 인간에 의해 번식을 거부당하고 바깥으로 내몰리게 되는데요. 
혹여나 암말을 임신시키기라도 할까봐 생식기관 앞을 저렇게 앞치마로 묶어두기도 합니다.

즉 인간에 의해 매번 끌려나와 번식 바람잡이로서 동원되면서, 결국 번식은 한번도 하지 못하는.... 그리고 매번 저런 걸 당하면서도 매번 나와서 암말을 꼬신다는 행동을 보이는 게 꽤 재미있는 말입니다. 

보아하니 그렇게 매번 암말을 꼬시는 것도 상당히 전문적인 일일 듯 한데..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에 걸려 번식 능력을 상실하거나 암컷을 꼬시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고, 미련에 쌓여 계속계속 그 짓을 하는 미련과도 같은 말 같더라구요. 그냥 암말을 발정시키는 걸 그만두면 주인들이 좀 팰지언정 시정마 일은 안 시킬텐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니 말이죠.
결국 번식을 못 하는 스트레스만 매번 받다가, 2~4년 살고 단명하게 된다고 합니다. 

시정마의 기구한 삶을 보면, 마치 전생에 카사노바였던 사람이 벌 받으려고 환생하면 딱 시정마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렇게 고통만 받고 결과는 항상 이루지 못하는 게 말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의 하층민(프롤레타리아)들도 시정마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요. 매번 고생하고 노력하지만 결과는 거의 항상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이라도 주어지면 다행이고, 정당한 노력의 댓가를 뜯어먹히거나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노력하면 된다'라는 망상을 하면서 같은 무의미한 일을 또 반복하고 반복하고 하더군요.
하층민 프롤레타리아일지언정 내일은 나아질꺼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지요. 


아예 이렇게 시정마보다 못한 망상을 하는 놈도 많은데요.

시정마는 종마가 절대 될 수가 없는 것인데, 시정마 일을 천번만번 하면 종마가 되지 않겠느냐는 이런 망상을 스스로 앞장서서 하니 말보다도 못 하다고 볼 만 합니다. 하다못해 오리지널 시정마는 끌려나갈 때 저항이라도 해 보지, 저런 인간은 그런것도 없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망상'이나 지껄이며 끌려나가면서도 스스로 기뻐하는 재미있는 현상을 보이지요.

이렇게 세상에서 시스템에 착취당하는 삶은 그것만으로도 불행한 일이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이들이 죽을지언정 삶이나 번식, 부귀영화와 같은 마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무의미한 일만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죽을 때까지 시스템의 고통과 스스로가 만든 고통을 짊어지며, 죽자사자 고통망상만 먹고 억울하다 하면서 살다가 의미없이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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