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남겼다는 재가자를 위한 가르침에 대하여

바스나고다 라훌라의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책을 보고 생각이 들어서 쓰는 글입니다.

일단 붓다가 수행자들을 위한 가르침과는 별개로 재가자들을 위해 별도로 여러 가르침을 남겼다는 것은 분명한데요. 왜냐하면 집착과 집념을 버리고 열반으로 향해 가는 것은 소수의 수행자들만이 가능한 것이고, 영적인 초등학교인 지구에서는 예컨데 6학년들만이 가능한 목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1~5학년을 위해서는 다른 가르침이 있어야만 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것이 재가자를 위한 여러 가르침이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수행자를 위해서는 무소유와 무집착의 가르침을 남겼지만, 재가자를 위해서는 세상적인 행복을 향해 노력하며 그 과정이 정당할 것에 대해 설파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무집념과 무집착의 경우 재능 있는 수행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손에 넣는 것이니만큼 일반 미련중생에게는 불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그 차선책으로서 세상적 행복을 추구하며 도덕적인 삶을 살라는 설법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내용은 현대적인 도덕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당대의 사회상을 고려하면 몆 가지 특이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1. 아내를 존중하고, 권위와 미적인 욕구를 인정하여라 - 당시 인도의 엄격한 가부장제 하에서 여자(아내)란 종속 신분이자 반 소유물로 간주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상당히 특이한 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점으로는 아내가 집안의 금전과 자삼을 관리하는 게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하는데....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어리석은 취미생활이라던가 성적 유희 등에 조금은 덜 시달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2. 소득과 저축을 관리하고, 개인 사용 자금과 보시에 쓰는 자금은 전체 수입의 1/4이하로 제한하라는 것 - 현대 한국에서도 상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흙수저 빈민은 아무리 절약하더라도 1/4의 소득만으로 생활(+ 보시)하는 게 불가능하니..... 이 내용은 당시에도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설법이라고 합니다.

많은 종교들이 현대에도 부를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하며 수입과 상관없이 무작정 전액 기부하거나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붓다는 이러한 것을 어리석다고 보고 자금 관리에 대해 현실적으로 충고하며 저축하고 투자할 것을 권면했다는 점에서 독특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사회통념과 권위의 함정 - 사회적으로 널리 퍼진 사고방식이라고 해도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곰곰히 생각해보고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은 피하라고 하는 것. 이 내용은 사실 최소한 현대 한국의 기독교가 주장하는 내용보다는 월등히 과학적인데요. 이유는 이들은 아직까지도 비합리적인 통념과 믿음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온갖 우행을 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걸 언급하면서 당시 인도 사회의 통념이었던 신분제(카스트제도)와, 절대자 브라흐마와 같은 초월존재에 대한 개념을 비합리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고 하네요.


4.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보는 법

  • 영적 성장을 중시하는 태도
  • 계율(법, 규칙)을 지키는 자세
  • 보시(선행)를 하려는 마음
  • 지혜의 깊이


이 4가지가 같은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수록 좋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흔히들 세간에서는 서로 정반대인 사람이 잘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꽤나 드문 일이며, 세간의 가치관으로는 정반대로 보여도 실제로는 저 4개의 기준에서 볼 때 서로 비슷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성은 저 4개가 각각 분리된 특성이라는 점인데요.
예컨데 영적 성장을 바라지만 지혜는 그다지 깊지 못한 사람, 보시를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계율에 대해서는 관대하여 큰 문제가 없다면 사소한 계율 위반은 그냥 넘어가는 사람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안했다는 것이지요.


5. 대부분의 인간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 인간은 각각 개개의 고유한 결점(부정적인 카르마 혹은 비이성적인 트라우마 등)이 있으며, 무조건 고치라고 지적질 하는 것 보다는 이해가 안될지라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설법하였다고 합니다. 정 이해가 안 되고 용납할 수 없다면, 헤어지더라도 미움이나 복수심을 가지지 말라고 하였다고 하더군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글에 대한 의문점이나 요청점, 남기고 싶은 댓글이 있으시면 남겨 주세요. 단 악성 및 스팸성 댓글일 경우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모든 댓글은 검토 후 게시됩니다.

Trans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