팃포탯 전략의 취약점, 한국에서는 왜 사기꾼과 배신자가 득시글거릴 수 밖에 없는가

1980년대에 미시건 대학의 로버트 액설로드라는 정치학자에 의해 '죄수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게임이 시작되었던 바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기기 위해 수많은 전략들이 있었지만, 가장 강력한 전략은 팃포탯(tit-for-tat)이라는 전략임이 수학적,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었구요. 팃포탯이란 먼저 처음에는 협력하고, 2번째 시행부터는 상대방의 대응을 단순히 따라하는 전략입니다. 지속적으로 협력하면 지속적으로 협력해주며, 배신을 할 경우 이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배신하고, 용서도 빠른 종류의 알고리즘입니다.


다만 이 실험에는 결정적 오류가 있었으며, 현실 세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제 조건 위에서 돌아가는 게임이었다는 게 문제였는데요. 그 오류란 바로...

1. 제로섬 이하의 보상 체계를 가정하지 않음

2. 협력할 경우 반드시 이익을 본다고 가정함


이 2가지 점입니다. 반면에 현실 세계에서는 자원의 제한으로 경쟁비용이 증가하고 전체 계의 축소로 인해 보상체계가 제로섬 이하가 되는 경우가 많고, 상호협력과 공동체 조직이 반드시 이득이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파킨슨의 법칙, 관리 통신 비용의 증가 등, 이 쪽은 경영학쪽을 조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따라서 팃포탯이 가진 단순명료함과 기초 게임이론 모형에서의 안정성과는 별개로, 현실 세계에서는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론상 성과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가정들을 통해 생각해볼 때, 한국에서 사기꾼과 배신자가 득시글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느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첫번째로는 경제 성장의 급격한 둔화와 부의 집중으로 인해국가 통치권자를 비롯한 통치 이권집단과 상위 1퍼센트를 제외하면 파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즉 게임의 효율성, 보상 체계 자체가 제로섬 이하의 효율을 내고 있는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의 제로섬 여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산출이 가능한데요. 

A = 부의 순 증가량

L = 정부 및 상위 1%, 대기업의 지분 + 부동산 투기 등으로 거둬들여지는, 부의 순증가량 중 시스템 구조에 의해 약탈된 부의 양

B = 인구증가량

C = 기존 구성원들의 평균적 소득값

이라고 가정할 때

(A - L)/B <= C인 경우 해당 계의 보상체계는 제로섬이거나 그 이하입니다. 


바로 한국이 이런 사회로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지표들이 있습니다. 극심한 취업경쟁, 갈수록 줄어드는 월급과 물가상승 등이죠.


한국은 이와 같이 제로섬 이하의 보상체계이기에, 타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팃포탯 전략이나, 그 외의 이른바 '도덕적으로 선한' 전략류가 힘을 못 쓰게 됩니다. 이 현상을 통해 왜 2030이 기성세대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가부터 시작해서, 기계적 공정성에 집착하는 면이나 이른바' 미풍양속의 붕괴'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사회의 여러 현상들이 대부분 어느정도 설명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특정 국가 구성원들의 인성 문제는 해당 사회의 자원과 외부의 보상체계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한국에서 사기꾼과 배신자가 난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는 '통신오류(의사결정이 잘못 전달되는 것)'도 있습니다.

팃포탯 관련 게임 이론 실험에서, 통신오류가 10% 미만인 경우 팃포탯과 팃포투탯(팃포탯보다 조금 더 관대하며 배신을 1번은 용인하는 전략)이 유리하지만, 10%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배신전략이 승리를 거두며, 통신오류가 50%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어떤 전략도 이길 수 없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50%이상 통신오류가 있을 경우 사실상 상호 간 의사소통이 완전히 불가능하므로 현실적인 가정은 아닙니다. 따라서 구성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거짓정보가 판을 치게 되면 배신전략이 유리해진다고 볼 수 있구요.


사실 구성원간 의사소통의 어려움, 즉 통신오류의 경우에는 현대 인터넷 검색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검색엔진은 매우 정확한 검색결과를 보여주지만, 반면에 개인이 찾는 편향적 정보를 매우 정확하게 찾아준다는 점으로 인해 개개인과 소집단의 편향성을 더욱 강화시키거든요.


예컨데 과거에는 같은 동네에 일면식이 없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할 때, 서로 일면식이 없었더라도 건너건너 아는 사이이고 동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느정도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이 두 남녀가 오늘날에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일베와 워마드 사이트에 심취해있다고 하면... 이 두 사람의 중심적인 정보 수집 수단은 일베와 워마드 사이트이므로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도 사고기준이 완전히 달라 대화가 안될 가능성이 크겠죠. 


근래 트럼프나 극단주의자들, PC충들, 혹은 몆몆 사회공학자들이나 독재 정권의 언론조작이 판을 치고, 또 이런 것들이 인기를 끌고 밈화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사회의 발전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결국 개개인이나 소집단간 통신 오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간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 전략보다는 배신전략, 혹은 중립 전략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팃포탯 등 게임이론 관련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링크 : https://osori.github.io/trust-ko/


이 사이트에서 현댜 한국의 특성 중 하나인 제로섬 보상체계와, 경제적 양극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사고의 편향화를 감안한, 통신 오류율 20%를 가정한 모델로 실험을 돌려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실험 세팅 - 현재 한국의 상황을 간단하게 모형화했습니다.]

1. 각 전략 종류별로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인원 구성

2. 제로섬 보상체계

3. 통신 오류 20%

설명 - 따라쟁이는 팃포탯, 협력자는 무조건 협동 중시자, 배신자는 배신 전략 주사자, 아기 따라쟁이는 팃포투탯입니다.



[실험 결과]

결과 - 배신자의 승리, 한국에서 왜 배신자와 사기꾼이 판치는지 대강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죠.



여러 조건을 통해 실험하다 보면, 약간의 통신 오류율보다 더 중요한 조건은 바로 보상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협력에 보상을 많이 주고 배신에 보상을 적게 주면 선의의 전략 중심으로 판이 형성되지만, 한국 사회는 반대로 형성되어 있죠.


딱 까놓고 말해서 친구와 협력한다고 해서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거나 좋은 회사에 입사하거나, 혹은 좋은 부동산이나 주택에 청약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아니 아예 없지 않나요? 오리여 오르비에서 훌리짓해서 배신통수를 치는 것도 좋은 대학진학전략 중 하나이며, 이권을 얻기 위한 각종 눈치작전이 각계각급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죠.

반면에 한국에서 사기나 배신범죄에 대한 처벌은 잠재적 이득에 비해 매우 미미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죠. 국가 공권력을 장악하는 정치세력도 한국에서는 공공의 대표라기보다는 일종의 이권집단이 사회공학으로 공권력과 통치권을 장악해서 돈벌이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일이고, 이들이 마음대로 공권력을 사취해도 거의 제한이 없더군요.

오히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억울하면 출세해라'따위의 말이 더 일반적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저 보상표에서 배신으로 인한 패널티는 작아지고 배신으로 인한 이익은 극대화되기 때문에 공권력이 앞장서서 배신과 사기를 일삼는 행태를 보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상이군인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없는데다가 군인들을 의무라는 미명하에 항상 등쳐먹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고, 이번 K-방역도 까보면 남을 등쳐먹고 하층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외국, 특히 중국과 선진국 대표자들에게 실적을 냈다고 자랑하려는 것임을 잘 조사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백신같은 건 개발 초기 단계도 간신히 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치계급과 상위계급의 배신을 강하게 처벌하는 제도, 즉 징벌적 보상제도나 고위 공무원단에 대한 신분보장 축소, 국가지도층의 범법혐의와 중과실에 대한 높은 패널티가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서구의 정부는 시민들에 의해 세워졌거나 백성이 왕의 목을 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아직 어느정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시아의 소위'민주주의'국가들의 경우, 서구의 압력에 의해 시민들에게 위에서 형식적인 권한만 부여한 형태라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나오면 그저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나라가 망할까봐 두려워하는 한국인들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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