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성제를 통해 보는 반출생주의의 정당성

근래에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출생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더군요. 주로 출산 이야기나 가난한 사람이 애를 많이 낳은것과 관련된 프로가 나올 때, 아동학대 vs 가난한 사람은 애를 낳으면 안되냐 하는 논쟁 구도로 주로 다뤄지곤 하더군요. 주로 전자가 반출생주의적 관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구요.

다만 이런 논의가 이어지는 것들을 보면... 대개 가난한 사람이나 장애인에 대해 다분히 차별적인 주장을 내포하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논리적으로 명확한 기준선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컨데 어느 정도의 사회경제적 수준이어야 출산을 허용할만큼 안 가난한 것인가, 부자면 삶이 편안한가, 장애인은 출산할 권리가 없는가, 나는 부유하게 자라서 힘든게 별로 없었다 등.... 생명존재의 가부(可不)를 논하는데 객관적이지 못한, 주관적이고 조잡한 논의, 주장이 거의 99% 이상인 거죠.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석가모니가 무려 2600여년 전에 매우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던 바 있는데요.
바로 사성제의 고제(苦諦, Duhakaha Satya)부분에서, 세상에 태어난 이상 개별 조건과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보편고통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죠.


"비구들이여, 이것이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이다. 태어남도 괴로움이다. 늙음도 괴로움이다. 병도 괴로움이다. 죽음도 괴로움이다. [근심, 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절망도 괴로움이다.] 싫어하는 [대상]들과 만나는 것도 괴로움이다. 좋아하는 [대상]들과 헤어지는 것도 괴로움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다. 요컨데 취착의 [대상이 되는] 다섯 가지 무더기 자체가 괴로움이다."

초기불전연구원, 상윳따니까야 6권, 초전법륜경(S56:11)


사람이건 짐승이건 세상에 태어나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늙는 것, 죽는 것, 병드는 것이 있습니다.

왕자, 공주로 태어나건, 중산층으로 태어나건, 하층민 거지로 태어나건 장애인으로 태어나건, 심지어는 개나 고양이나 가축으로 태어나도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고통들이죠.


인간이건 짐승이건 오래 살수록 노화에 의해 젊음과 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고통을 겪고

세상에서는 온갖 바이러스, 사건사고, 노화에 의한 신체가능 저하, 세상살이의 스트레스, 실패의 스트레스, PTSD등이 넘쳐나기에 이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겪게 되고

노화와 질병의 결과 최종적으로는 인간이건 짐승이건 죽게 됩니다.

요 부분을 석가모니는 노병사의 고(苦)라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1번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게 되죠.
작게는 애인에게 차이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부모님이나 절친을 사고나 노화, 질병으로 잃게 되는 것까지 각양각색인데 어느것하나 작은 고통이 없습니다. 

석가모니는 이 고통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했지요.


게다가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인간과 직장동료, 학교 선후배랍시고 함께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것도 크나큰 삶의 고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이 고통을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했지요.


인간은 항상 탐욕에 얽매여 있는 존재이나 모든 탐욕이 다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원해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찌보면 이 부분은 경제학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는데 경제학의 기본적인 명제 중 하나도 자원은 유한하나 인간의 탐욕은 무한할 수 있다는 거라서요.

세상의 자원은 유한한데 탐욕은 무한하면 결국 불만족이 있을 수밖에 없죠. 즉 이 고통도 피할 수가 없는 고통인 셈입니다.

석가모니는 이 고통을 구부득고(求不得苦)라고 했지요.


게다가 인간은 탐욕, 쾌락, 질투, 분노, 성욕 등등 인간의 신체정신적 작용(오온)에 대단히 집착하며 그것을 채우거나 유지, 확장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사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어마어마한 고통과 신체정신적 제약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이 고통을 오음성고(五陰盛苦)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상 제반조건과 상관없이 피할 수가 없는 7가지 고통을 겪으니,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은 바로 태어남(生) - 출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팔고 중에서도 생고가 생로병사의 고통 중 가장 먼저 다뤄지는데, 나머지 7가지 고통은 태어났으므로 겪는 고통이라... 이 모든 고통을 초래하는 태어남의 고통(生苦)이 팔고 중 으뜸되는 고통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이렇게 피할 수 없는 태어남의 고통을 초래하는 건 인간이 번식, 출산을 하기 때문이니... 출산하는 것은 개개인의 사소한 제반 조건과 상관없이 큰 고통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에 새로운 고통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출생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불교식으로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면.. 출산을 한다면 결국 세상에 큰 고통을 초래한 셈이라 언젠가는 상응하는 고통을 되돌려 받게 됩니다. 현생에서는 육아 관련 고통과 걱정으로 최소 수십년간 어마어마한 고생을 하게 되고, 내세에서는 지상에 다시 윤회해야만 하는 큰 업을 치루게 되는 거죠.

석가모니도 제자가 대를 이을 자녀를 가지기 위해 섹스하자 이에 대해 크게 분노해 바라이죄를 만든 바 있었는데, 바로 태어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고통이자 모든 고통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연기설이나 석가모니의 다른 사상에는 공감하지 않더라도, 위의 태어남으로 인한 고통 부분은 종교성이나 내세성을 결여한 보편적인 세속 지성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보여지더군요.


[참고링크] 
사성제(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82%AC%EC%84%B1%EC%A0%9C

사성제(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2%AC%EC%84%B1%EC%A0%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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