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에 관한 소고(22/03/02 기준)

요즘 가장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올려보네요.


1. 이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이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원인부터 생각해보자면... 사실 독일 통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1990년대 이전 서방과 공산세력 간 경계선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동서 독일이었는데요. 이러다가 동독이 무너져 서독에 흡수합병되게 되었을 때, 소련이 독일 통일에 동의하는 조건 중 하나가 동독을 넘겨주는 대신 동쪽으로 일정 선 이상으로는 서방세력(NATO등)도 추가로 세력을 확장하지 않는 것이었거든요.

그러나 얼마안가 소련도 붕괴하고 말았고, 2000년대 이후 푸틴 집권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통해 러시아 부활이 이뤄지기 전에는 국가 막장인 상태로 있었기에 십수년간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요. 이 틈을 노리고 EU, NATO가 폴란드 등 구소련 국가들을 휘하에 넣으면서 급속도로 확장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크라이나까지 EU, NATO에 가입하느냐 마느냐 하는 정도까지 오게 된 것이죠.

여기에 우크라이나까지 EU, NATO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와 서방 군사세력이 완충지대 없이 바로 맞닿는 형태가 되어버리고.... 이런 상태는 러시아에게는 치명적인 안보위협이라고 볼 수가 있는거죠.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젤렌스키)가 NATO가입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등 러시아 입장에서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말았으니.. 그 결과 전쟁이 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략 목표

2-1. 우크라이나의 전략 목표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목표는 러시아 침공을 일정 기간 이상 방어에 성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서방과의 공조로 러시아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EU, NATO에 가입해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어 완벽한 안보를 보장받고 경제적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전쟁 초반에는 러시아의 압도적인 군사 기동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승리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일주일 가까이 키예프 방어에 성공하는 한편 러시아군의 전술적 무능함,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으로 어느정도 재정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기에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침공군인 러시아가 달성해야 하는 전략 목표보다는 비교적 달성하기 쉬운 면이 있는데요. 내적으로는 정당성 있는 민주주의 국가고, 외적으로는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어 앞으로 2~4주 정도 키예프 방어에 성공한다면 70% 이상 전략적 승리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도리어 이번 전쟁으로 서방과 급속도로 우호적인 관계가 구축되고 있으며, 빨라도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EU, NATO 가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군사적으로 어느정도 방어에 성공한다면, 추후 국가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상태가 경제적으로 거의 준파탄 국가기도 하고, 우크라이나가 EU, NATO에 가입하게 되면 대러시아 방파제로서 최일선에 서게 되기 때문에 서방에서 상당한 경제,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네요. 현재 우크라이나의 1인당 GDP는 5천달러에 불과한데요. 대략 2배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토 면에서는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으리라고 보여지는데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는 한국과 달리 주류 민족이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2부류가 있으며 한국의 민ㅇㅇ 같은 친중당 따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친러당/친러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친러당 수장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는 심지어 딸의 대부가 푸틴일 정도로 러시아와 친밀하며, 크림반도라던가 돈바스 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러시아인으로 인식하기에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대한 인식이 극히 좋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웃 국가의 지원과 선동이 들어오자마자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투표를 한다거나(크림반도) 루한스크 공화국 등 괴뢰자치군벌을 만들어서 반역을 일으킬 정도고, 우크라이나의 사회정치적 통합을 크게 저해하기도 해서요.

차라리 이들 지역을 러시아에 건네주고, 러시아인들과 친러당 세력도 같이 넘겨주면 국내 불안정성과 갈등을 감소시켜 정치적 안정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다만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돈바스와 크림반도의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단 이들 지역이 명목상 우크라이나 영토기는 하니 협상 전 단계로서 한번 크게 질러보는 것... 으로 생각되네요.


2-2. 러시아의 전략 목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EU, NATO에 편입되는 것을 막고, 친러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목표는 러시아가 키예프를 속전속결로 함락시킬 수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목표는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는 큰 전황변화 없이 전쟁을 질질 끌고 있고, 외국의 비난과 제제가 급속도로 강화되는 지금은 난이도가 굉장히 올라갔다고 볼 수 있죠. 


키예프를 함락시키고 젤렌스키를 참수한다고 해도 그 뒤에는 우크라이나 장악과 괴뢰정부 유지에 막대한 정치자금과 군비를 추가 지출해야 하며, 서방의 제제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에 러시아 국내의 국정운영도 배로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기도 하구요.

전쟁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하는 경우에는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고, 더이상 지역 맹주 노릇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헛되이 날린 군비와 전쟁 희생으로 국내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덤이구요.
또한 이런 식의 군사적인 패배는 대서방 영향력을 크게 감소시켜 러시아가 사실상 서방의 영향력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병합은 러시아에게 그다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들 지역을 받음으로서 추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명분이 크게 감소하게 되고, 우크라이나 정세가 안정되고 EU, NATO 편입으로 추가 개입이 어려워지게 되면, 서방의 진출로 인해 러시아의 안보불안정성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3. 이 전쟁에 대한 한국정부, 정계의 인식

한국정부와 정계의 인식은 이재명 여당 대선후보가 이야기한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놈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난한 나라에 일어난 일,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고, 이는 크게 보자면 한국의 대외정책과도 연이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 일본 등 부득이하게 갈등을 빚는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기본적으로 한국의 대외 정책 기조는 외국과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외국의 분쟁에 대해서는 중립을 유지하며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의 민간인 개개인도 이런 외교정책의 수혜를 보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여권파워 쪽인데요.
한국의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는 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많은 국가에서 입국이나 체제, 이민 시 우대받으며 세계 어딜 가더라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불이익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요. 사실 이런 외교정책 덕분이기도 해서요.

기본적으로 돈많고 신용도가 높으면서도 외국의 분쟁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외국인은 어딜 가나 환대받을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차원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외교적 기조를 통해 생각해볼 때 요번에 한국이 대러 무역 관련으로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의 제제를 받긴 했지만, 다르게 보자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입장 자체는 최우방국이자 큰 나라인 미국의 기조를 따르는 것이면서도, 실무적으로는 러시아가 키예프를 조만간 점령할 때까지 실제 제제는 다소간 유예하는 방법으로 유연하게 대처를 한 건데...
여기서 착오라면 러시아군이 생각 이상으로 무능해서 키예프 단기 점령을 못한 것이고, 미국이 생각 이상으로 아주 강경하게 나간 것이겠죠.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보자면 선제 제제를 통해 러시아에 대항하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외교적 리스크가 있는 일이구요. 미국의 전략가들 중 일부조차 키예프 단기 점령을 예상했던 만큼 한국정부의 정보력으로는 러시아의 군사적 수준을 세밀하게 이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참고자료]

러 제재 머뭇댄 한국…미국 수출규제 대상 포함, 매일경제

나발니 후폭풍… 전운 감도는 유럽과 러시아, 시사저널

이재명·與 ‘우크라 대통령 탓’ 발언에 질타 쏟아져, 미디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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