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대담한 작전을 읽고


지인에게서 유발 하라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조금 궁금증이 생겨 몆 개의 관련 서적을 읽어 보았습니다. 개중의 하나가 '대담한 작전'책이었는데, 사실 내용 자체는 상당히 간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수 작전에 대한 그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이러한데요.

1. 중세 시대에 적의 요새화된 성채를 정면 공격하는 것은 수천 명 이상의 대규모의 병력과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 흔해 정면공격은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적의 요새와 영토를 손에 넣기 위해 여러 가지의 방법이 활용되었다.

2. 일반 작전에서도 종종 소규모의 병력이 다대한 전과를 올리는 일이 있었기에, 일반 작전과 특수 작전의 차이는 다름아닌 계획 단계에서부터 비대칭 전술과 기습공격 등 비 정규 작전으로서 고려했는가이다.


3. 중세시대 당시에는 현대의 특수부대와 같은 개념이 없었으며, 대개 부대를 차출하여 진행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또한 당대의 교통과 통신 체계로는 중앙의 최고 수뇌부에게 승인을 받는 것 자체가 수개월이 걸려 작전기회 자체를 놓칠 가능성이 있기에 현지 지휘관의 즉석판단에 의해 시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4. 화약병기의 발명은 정규전에선 큰 변화를 가져왔으나 특수 작전에는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다.


5. 특수작전의 유형은 대체로 적의 진영에 배신자를 집어넣거나 적군을 매수하여 요새를 무력화하거나 기습하는 방식이 활용되었으며, 적 지도자를 암살하는 방식도 종종 활용되었다.


6. 당대에 이런 특수작전의 상당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다름아닌 당대의 보안 한계와 국가 구조의 한계 때문이었다. 당대에는 사람들의 신원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현대적인 주민등록제와 같은 것이 없었으며, 왕이나 영주의 혈통이 단절되거나 주요 지도자 한둘이 죽는 것으로 국가가 붕괴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7. 암살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었으나 대부분의 지도자에게는 그리 애용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전략을 매우 선호한 조직은 다름아닌 하샤신(assassin)파였으며, 그들의 적은 군사력과 영토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관료조직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던 성당기사단과 요한 기사단을 제외하고.

반면에 주요 국가 지도자들에게서는 이와같은 전략이 애용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이와 같은 전술이 일반화되면 자신의 안전 또한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책 전체적으로는 좀 실망스런 점도 없잖아 있었는데요.

일단 내용을 요약했을 때 '특수작전의 개념' 자체는 위의 내용 정도로 아주 간략하게 요약되는 데 비해, 내용 자체는 옴니버스식으로 비슷하고 그저 그런(역사적으로는 상당히 의미있고 중요했겠지만요) 여러 중세의 작전 내용들을 늘어놓는 구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물론 세밀한 걸 좋아하는 역사학도에게는 이런 구성조차 상당히 좋게 보였겠지만,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에는 각각의 특수 작전의 디테일함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어서 조금 지루한 점도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간접적으로 당대의 사회상에 대해 눈여겨 볼 수 있었는데요.

당대에는 정규군이라는 개념은 없었으나 직업군인이라는 개념은 있었고, 당대 군인들의 대부분은 소위 '용병'으로서 소규모로 이루어진 일종의 '용병 파티'를 이루어 공동생활을 했던 것 같더군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매 전쟁 때마다 이들의 소속 군대는 일부 충성스러운 가신들을 빼면 매번 바뀌었으며, 고용주 국왕이나 귀족이 죽는 경우에는 그대로 와해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고 하더군요. 대표적으로 프리드리히의 십자군이 프리드리히의 사망 직후 즉각 해산된 사례를 들 수 있을 꺼 같구요.

또한 당대의 군대에는 병참개념이 희박하여 물자들과 무기들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군대를 따라다니는 용병의 가족이나 상인 혹은 매춘부 등등도 아주 많았기에 여차하면 이들을 첩보원으로 활용하거나 특수 작전에 동원하기도 한 것 같더군요.

그 외에도 당시의 '국가'는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현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세 유럽의 국가는 국가라기보다는 일종의 혈연과 인맥으로 이어진 군벌과 조직폭력배 사이쯤의 어딘가였으며, 몆몆 우두머리가 죽거나 가문의 혈통이 끊기는 것 만으로도 국가가 붕괴되는 경우가 비일 비재 하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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