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리아의 딸들(Egalias Dotre)후기와 심리 분석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제목이었어서 호기심에 한번 가져와 읽어봤는데요...
소설의 주제라던가, 사용한 언어의 구조나 줄거리 등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 수작이라 관련 내용에 대해 정리해보네요.


전반적인 소설의 구조는 현대사회에서 남녀의 성 역할을 뒤집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데요. 움(wom - 여자를 의미)나 메이드맨, 맨움(manwom - 남자)등 성에 관한 기본적인 언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더라구요. 처음에는 이러한 단어 사용으로 인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다소 익숙치 않았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상 아주 큰 역할을 하기에 비판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지더군요.


남자가 가정주부의 역할이나 자녀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역할이라던지, 관습적으로 직업 선택을 제약당한다던지 하는 것이 많구.... 심지어는 사회 문화 연구나 심리학쪽 연구에서조차 맨움(남자)들이 근본적인 편견 속에서 연구되는 것이 현대의 가부장제 중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더군요.
2018년 현대의 시점에서 보면 이갈리아의 성 차별상은 상당히 극단적인 면이 보여지는 것이 분명하긴 한데요. 1977년에 쓰여진 점이나 소설 특성상 조금 과장된 묘사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의 서술은 충분히 좋은 사회묘사로서 받아들여질 만 하더라구요.
사실 현대에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제3세계의 여성 지위는 이갈리아의 맨움지위 대비 별반 낫지 않은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 외에도 팔루리안의 맨움 광산 노예나 극단적인 영아살해 등을 보면 충분히 극단적인 소설이 아니냐하고 생각될 법도 할 텐데요. 소설 내부에서도 고대시대의 이야기라고 언급하고 있고, 조선시대나 17세기 이전 전근대시대의 여성 지위를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묘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조선시대 여자들 중 많은 수에게 성 착취를 위한 창기(기생)의 지위가 강압적으로 세습되었고, 재혼도 사실상 불가능하며 고소권리도 제한되는 등 사실상 반쯤은 사람의 대접이 아니었지요.

그 외에도 소설 내에서 폐호(남자의 생식기에 차는 일종의 정조대/보호대 같은 물건인 듯)라는 물건의 불편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되고 있는데요. 이게 여자 브래지어의 불편감을 조금 돌려서 묘사한 것이더군요.
관습적으로 여자만 왜 이런 걸 해야 하냐... 에 대해 우회적, 비판적으로 묘사한 것인데, 현대 사회의 여자들이 겪는 느낌을 조금 돌려서 말한 것이지요. 남자들에게는 조금 익숙한 묘사가 아니겠지만.

그 외에도 현대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ㅇㅇ녀하고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비판당하며 성적인 묘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점에 대해서도, 페트로니우스 등 '맨움해방운동' 사람들이 행동하는 과정에서의 겪음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더군요.


전반적인 내용은 맨움(남자)주인공인 페트로니우스가 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로 고민하다가 비슷한 맨움 동료들을 모아 '맨움해방운동'을 하는 내용입니다. 현대의 페미니즘 운동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부분 있죠.
반면에 '그로'라는 움(여자) 캐릭터가 나와서 '맨움해방운동'은 옳지 않고 계급간 차별 문제가 더 문제이다라는 스파크스주의(현대 사회의 사회주의, 계급저항운동)운동을 하는 캐릭터가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둘간의 갈등을 통해 보수적인 노동자 계급과 페미니즘 운동간의 시각차와 갈등에 대해서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모습도 있더군요.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여자인 제가 보기에도 조금 낮설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공감이 가는 면이 많고 이해될 만한 내용이더군요.
솔직히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주제로 소설을 쓰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이런 종류의 성별 문화에 대해 뒤집은 소설을 본 것은 처음이기에, 사회적인 성별 문화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굉장히 뿌리 깊다는 것에 대해 자연스레 반증하는 것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그 외에도 책 내부의 묘사와 작가의 심리학적 상태에 대해 얼핏 분석해 보았는데요.

아주아주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대의 진화심리학이나 생물학 이론 기준으로는 조금 빗겨간 묘사가 많고, 객관성이 떨어지며, 단순히 사회학적으로 보여지는 남자와 여자를 치환한 듯한 묘사가 많더군요.
예컨데 남자의 부(모)성이 여자보다 더 강하게 여겨진다라던지, 맨움보다 움(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성적인 행동을 하는 부분 등이 그러한데요. 이 부분은 모성을 관장하는 여러 성 호르몬의 농도나 실상 인간의 성욕을 결정하는 major factor중 하나인 테스토르테논의 농도차이로 인해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형성되기가 어렵다고 보거든요.

약간 비과학적이지만,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이런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기도 한데요. 당시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생물학적 연구 결과로는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에 정보가 불충분했을수도 있거든요.
당대의 페미니즘 이론은 존 머니 박사의 후천적 성 정체성 형성 이론(현대 젠더개념의 시초)에 기반을 두고 있었는데요.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사회적인 학습이나 문화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던 게 당시의 주류 이론이라 저런 묘사가 나왔을 것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비록 지금은 데이비드 라이머 실험에 의해 해당 이론은 반증되었지만
그래도 사회학적으로 여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페미니즘이나 트랜스젠더 퀴어 이론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죠. 그 뒤로 많은 변화가 있기도 했구요.


그 외에도 작가의 편집증적인 심리 상태가 얼핏 보이기도 하였는데요.

단어에 대해 고집스럽게 반동형성/ 미러링 식의 묘사를 고집한 것도 있구....
일부 생물학적인 특성조차 역전시켜 움(여자)에 대해 그저 임신할 수 있는 남자 묘사를 해 둔 점 등등에 대해 볼 때, 조금 편집증적인 수준의 심리 상태 하에서 성 정체성이나 성별 특성에 대해 묘사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들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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