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들과 만화 주인공들에 대한 법률 적용에 관하여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라는 책을 보고 생각이 나서 쓰는 글입니다.
위 책에서는 '현행법'의 내용에 근거하여 슈퍼히어로들이나 만화 주인공들에 대해 법률적인 해석을 하고 있더군요.
위 책의 본래의 목적이 현대의 법논리를 풀어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실제로 '법'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고, 법률의 집행은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무력'이 바탕이 되어 집행되는 것이기에 엄밀하게 따져 보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그렇기에 '현행법 상의 단순논리'가 아닌 역학적인 법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재 해석해 보니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여 한번 적어봅니다.


1.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이 높으나, 현실적으로는 살인죄를 집행하기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먼저 '데스노트'라는 물건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보면....
일단 표면적으로 보기에 '저주나 주술로 인해 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기에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데스노트 또한 표면적으로는 마법이나 주술의 일종이기에, 일반적인 현대 상식 하에서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저주나 주술로 인해 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게 간주되어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일반적인 상식선 하에서는 주의의무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령 모르고 실수로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어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과실치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데스노트는 엄연히 '법칙과 인과관계 하에서 작동하는 물건'이며, 현대 과학으로 밝혀지지 않은 윈리이기는 하나 분명히 법칙성을 가진 '살인 무기'임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데스노트의 사용방법을 알고도 사용해서 사람을 죽이거나 하였다면 '살인죄' 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그 인과관계의 증명이 심히 어렵기는 하겠지만, 사형수를 대상으로 L이 했던 방식을 활용해 사법거래를 하여 죽지 않을 경우 사형집행을 면제해 주겠다고 해서 증명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데스노트'를 이용한 살인은 흔적을 남기지도 않고, 통상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추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데스노트'의 배경 자체가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의 시대였기에...
죽는 범죄자들의 특성을 보고 L이 일본 관동지방의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이라는 것을 파악하여 수사 범위를 좁힐 수 있었는데요. 불행히도 현대의 인터넷 사회에서는 약간의 외국어 실력과 번역기만 있으면 미국 뉴스, 중국 뉴스, 유럽 뉴스 등을 가리지 않고 모두 쉽게 볼 수 있게이 이런 식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 조차 불가능합니다. 야가미 라이토급 수재라면 외국 뉴스를 보고 피해자의 지역을 적당히 안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죠.

따라서 애초에 수사방침 자체가 '키라는 세계구급으로 활동하는 정체 불명의 테러조직'으로 수사 방침이 정해졌을 가능성이 압도적이고, 결국 수년 이상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추적 불가'로 결론내려졌을 가능성이 높지요. 

그 방식이 설마 '단순히 노트에 이름을 적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체계 하에서는 거의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2. 슈퍼히어로가 빌런을 처치하는 것에 대해 법률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할까?


현대의 법 논리대로라면 슈퍼히어로가 빌런을 처치하는 것은 '사적 제제'에 해당하며,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을 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슈퍼히어로를 대상으로 그러한 법률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도리어 광범위한 특례를 부여하는 것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법'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시대의 흐름과 사회 내부에서의 역학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법률의 집행'을 보장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국가의 무력'에 바탕을 두어 집행되고 있으며, '국가의 무력'이 미치지 않는 특권층이나 군벌 단체에 대해서는 법률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아주 많지요.

슈퍼 히어로는 한둘만 있어도 아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어벤저스(위 그림에 따르면 7인)정도만 되어도 중소국가의 군사력을 궤멸시키는 것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을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자들을 대상으로 통상의 경찰력을 통한 법률의 강제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어중간한 군대 정도를 동원한다 해도 궤멸당할 가능성이 높기에 사실상 쿠데타 시도 정도를 제외하면 강제적으로 법률을 집행할 방법이 없다시피하지요.

게다가 저런 슈퍼히어로들이 날뛸 정도의 세상이라는 것은 대체로 슈퍼 빌런이나 미증유의 외계 위협도 같이 있는 경우가 많기에, 어찌보면 저쪽 세계의 시민들에게는 사실상 '필요악'에서 '정의의 방패'정도의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이야기는 정치적으로 이들을 건들기 쉽지 않으며,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따라서 슈퍼 히어로들의 법률적 처분에 대해서는 아래의 3갈래 중 하나의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1. 슈퍼히어로들의 활동특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통상적인 시민과는 다른 막대한 특례를 적용하여 법률적 테두리 안에 집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2. 엄격한 법 적용을 요구받던 슈퍼히어로들이 지쳐서 자신들만의 자치국가를 세우고 기성 세계 지배 엘리트들과 타협한다.

3. 슈퍼히어로들에게 엄격한 법 적용을 들이밀다 결국 기성 정치, 경제 엘리트들과의 갈등을 촉발시킨 끝에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다. - 최악의 경우의 수가 되겠죠.


슈퍼 히어로들은 한명 한명이 사실상 군대나 다름없는 힘을 가지고 있고, 어벤저스 정도의 규모나 수십 명 정도의 규모가 모이면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도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 체제에서의 억압과 제제가 심하다면....
결국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살던 국가의 기성 체제를 전복하거나 혹은 독재자 악당을 몰아낸다는 구실 하에 적당한 나라를 정복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을 계기로 '슈퍼히어로 자치국가'를 세울 가능성이 높죠. 물론 이 '특별자치국가' 에서는 능력 사용이나 슈퍼히어로 활동에 거의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강대국들과 슈퍼히어로 자치국가는 적당히 타협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미증유의 외계 위협이나 슈퍼빌런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므로, 이들의 활동을 '위법적이지만 묵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거든요.
이들이 슈퍼 빌런이나 외계인을 무찌르고 돌아가면, 슈퍼히어로들의 자치국가는 엄연한 독립된 주권국가이므로 내정간섭을 할 수 없다라는 핑계를 들어 법률의 적용을 포기하는 형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기성 세계 정체 경제 엘리트들이 이들의 권리와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슈퍼히어로 자치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대내적으로는 슈퍼히어로들의 도움 없이 슈퍼 빌런들의 공격이나 외계인 침공에 많은 희생을 치뤄야 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슈퍼히어로 자치국가와 전쟁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녹록치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슈퍼히어로들이 뭉친 자치국가는 지구를 정복하고 싶어하는 슈퍼 빌런이나 외계인의 제 1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마어마한 요새화나 방어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강대국 군대가 보유하고 있는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설령 핵무기를 투하한다고 해도 최저 별 피해가 없거나 최대의 피해라고 해도 지표면에 사는 민간인 수십수백을 학살하는 것으로 끝일 가능성이 높죠... 아무리 못해도 슈퍼히어로 자신들을 위한 지하 벙커 이상의 요새화는 되어 있을 것이고, 여기에 초능력과 마법을 활용한 추가적인 각종 방어대책이 있어 슈퍼히어로들은 별 피해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격을 한다고 해 봐야 강대국 정부들은 '민간인 핵무기 학살'이라는 오명 이외에는 챙겨갈 게 별로 없고, 여기에 슈퍼히어로들이 기성 세계 엘리트들에 대항하여 게릴라전이나 비대칭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더이상 답이 없을 가능성이 압도적입니다.

한낮 산악지대 민병대인 알 카에다나 탈레반 상대로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고 유럽 지역에서도 몆몆 꼬꼬마 자생테러단체에 의한 피해가 막심한데, 개개인이 막대한 힘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의 게릴라 전이라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될지 예상할 수 없겠지요. 어쩌면 한때 세계의 정치 경제를 좌우하던 이들이, 게릴라전으로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을 두려워하여 지하 비밀 벙커에 사실상 자가연금하는 식으로 숨어 살게 될 가능성조차 있죠:)


슈퍼히어로에게 '강제적인' 법률 적용이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제도권 안으로 포용하기 위해서는 슈퍼히어로들이 자발적으로 준수할 정도의 느슨한 특례법이 아니면 성립될 여지가 거의 없고. 설령 법률이 정비되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묵인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강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해 봐야, 실제로는 핸콕처럼 괴팍한 히어로들의 자발적인 취미 행동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죠.

어쩌면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성립될 수 있었던 주된 이유가, 이런 식으로 개인이 강력한 초능력이나 마법을 부리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었을수도 있습니다. 마법사나 영웅이 있는 판타지 이세계 국가체제의 절대다수가 민주제가 아닌 것도 어쩌면 이러한 이유 때문일수도 있죠.


3. 로보트 태권 V의 상속권 문제.

로보트 태권 V는 훈이네 아빠가 만들었는데.. 이를 훈이가 상속받는다면 어떨까요? 위의 책에서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지 못한 훈이가 로보트 태권 V를 압류당하고 국가에서 비용(상속세)을 공제당하며 활동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나오는데, 사실 전 이렇게 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거든요.

먼저 여기서 우선적으로 다뤄봐야 할 게... 태권 V가 원래부터 누구의 소유였을 가능성이 높을까 하는 것이죠.

태권 V 는 과연 누구의 소유였을까요? - 훈이 아빠의 개인 소유였을까요 아니면 국가나 기관의 소유였을까요? 실상 그 규모나 활동, 적용된 기술 등을 볼 때 국가기관이나 군사 프로젝트의 결과물로서, 국가나 기관 소유일 가능성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훈이 아빠가 '제작'을 했을지는 몰라도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 않고 그저 사용권이나 개발 권한만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훈이에게 상속세니 뭐니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 외에 훈이의 사용권에 대해 말하자면.... 통상적으로는 '소년병'이 허용되지 않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어요. 한국전쟁때도 소년병을 동원한 기록이 존재하고 있고, 로봇의 바이탈 피트를 줄인다거나 태권 V의 기동 인증 문제 등으로 인해 훈이가 아니면 기동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기존의 소년병 관련 법률을 적용하기보다는, 훈이에 한해 특례법을 두어 조종이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법률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엔 타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4. 피터팬은 웬디와 결혼이 불가능할까?

위 책에서는 피터팬은 결국 무국적자이기에 웬디와의 결혼이 어려우며 영국에서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사실 당대(19세기)에는 국적법이라는 게 아주 느슨했고 적당한 구실로 국적을 구하는 것도 쉬웠기에 둘의 결혼(과 피터팬의 영국 거주)이 문제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19세기에는 여권이라는 것 자체가 정부 관료들이나 주요인사들을 위한 신분 증명 용도로만 발급되었으며, 일반인들 대상으로 국경의 출입을 막는다거나 이민을 차단하는 절차는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과 같이 국적법이 엄격하지 않았기에, 일반적인 평민 이하는 외국으로 이주하여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하면 그냥 그 동네 주민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요.

설령 국적이나 기록의 없음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당대에는 오늘날처럼 정교한 국가 행정 체계가 없었고 상당 부분의 행정처리를 교회가 대체하고 있던 시대인지라, 웬디가 사는 지역의 교회에 교인으로 등록하고 교회에서 혼인하는 것으로 기록을 만들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네버랜드와 영국도 왕복할 수 있는 피터팬의 능력으로는 대서양도 어렵잖게 건널 수 있을 것이므로, 미국으로 가서 이민자 신분으로 등록하고 국적을 얻어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당시 미국의 이민 승인률은 92%가 넘었으니까요. 
그 외에도 당시에는 미개발국가도 아주 많았기에, 중국이나 조선 등 법률적 절차가 허술한 제3국에 가서 뇌물을 좀 쥐여주면 법률적 신분 정도는 어렵잖게 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19세기 당시에는 국경통제도 없고 신분을 만들어내기도 쉬운 시대였던지라, 웬디와 결혼하고 지역 교회에 등록한 뒤 몆 년 사는 것 정도만으로도 영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문제는 웬디가 미성년자라면 조금 기다렸다가 결혼을 하던가, 혹은 부모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있었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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