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근세 유럽의 상속부양계약

중근세 유럽에서는 유교적인 효도라는 명목의 포괄적이고 강압적인 부양 강제체제가 존재하지 않았는데요.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 은퇴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형화된 '상속부양계약'이 존재하였다고 하더군요. 특히 중근세 신분제 시대에는 상속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부를 모으거나 이루기 쉽지 않았기에, 상속부양계약은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 확보 방법이자 가장 중요한 계약 중 하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상호 계약제도가 발전한 유럽인만큼 상속과 관련된 계약 또한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고 하는데요. 자녀가 부모의 재산과 토지, 지위를 물려받는 대가로 부모 봉양과 관련된 조항들에 대해 명문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봉양'과 관련된 조항 중 당시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식량 공급 문제로서, 일주일에 우유는 얼만큼 지급해야 하고 고기는 얼마, 밀은 얼마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계약 후에 상속자가 바뀌는 경우도 많았는데, 자녀가 계약서에 명시된 부모 봉양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 상속권이 다른 형제자매나 하녀 등에게 이전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상속계약 시점은 지역이나 상황마다 달랐다고 하는데요.
주로 소농이나 신분이 낮은 경우 계약을 체결하고 빠르게 은퇴하고자 하는 성향이 컸으며, 재산이 많을수록 이 시점이 점차 늦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재산을 물려준다고 해도 상속자가 부모를 온전히 부양할 정도는 안 되었기에, 부모세대도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하네요. 
마찬가지로 이 부분도 계약에 명시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대나 지역, 문화권마다 상속대상이 달랐으며, 균분상속이 아닌 경우에는(장자 상속이나 막내상속제 등)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는 자녀도 많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계약서에 보완적인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바로 상속인이 미 상속인인 형제자매를 돌보도록 한 것이죠.

그 외에도 암묵적이지만 간혹 부모가 미 상속인 자녀의 집에 들어가 사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상속인에게 미 상속인 형제자매를 돌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고 합니다.


유럽지역에서 행해지던 이러한 '상속부양계약'은 19세기 말 이후부터 점차 줄어들게 되었는데요. 19세기 말 이후 유럽 국가들이 사회복지제도와 연금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상속인에게 노후보장 의무를 지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상속부양계약'이 점차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도시 프롤레타리아의 등장과 증가가 있는데요. 
이들은 점차 시대가 발전하며 국가의 복지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골의 전통적인 소농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사회적으로 아무런 재산도 권리도 없는 무산 계급이었기에 무언가를 물려주고 노후 보장 계약을 맺지 못하는 처지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이 2가지의 변수가 맞물리며 20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상속부양계약이 점차 소멸하였으며, 현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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