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와 불교의 출가관에 관한 고찰

힌두교와 불교는 둘 다 세속을 등지고 영적인 수양을 위해 출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두 종교의 출가관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각각의 출가에 대해 간략하게 다루어 보고 영적인 의미에 대해 써 보려고 하네요.

먼저 힌두교에서는 인생을 크게 4단계, 학습기(學習期), 가주기(家住期), 임서기(林棲期), 유행기(遊行期)로 나눈다고 합니다. 학습기는 필요한 지식들을 배우는 단계로서, 현대 한국 기준으로는 대학 혹은 대학원 졸업까지, 혹은 취업할 때 까지의 기간이라고 볼 수 있구요.

가주기는 사회에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기한으로서 세속의 삶을 살며 사회적인 의무를 다하는 기한을 말합니다. 이 기한 동안에는 세속인으로서 살아가게 되며, 세상에서 의무를 다하며 희노애락을 즐기는 시기이지요.


임서기 - 세속을 등지고 숲 속에 들어가서 영적 성장에 매진하는 단계, 유행기 - 숲을 나와 떠돌아다니며 영적인 수양을 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뒤의 2단계의 공통점은 세속의 삶을 뒤로 한다는 것으로서 불교의 출가에 대응합니다.


반면에 불교의 '출가'의 경우에는 가주기를 인정하지 않으며, 재가자가 아닌 이상 '마음먹은 즉시 출가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하게 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임서기와 유행기를 합친 것과(세상을 유랑하며 수행하는 것) 의미가 비슷하였으나, 현대 한국에서는 주로 종교기관에 수행자로서 의탁하는 것을 말하지요.


위 2 종교의 출가에 관한 사상은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힌두교의 경우에는 세속법과 의무를 지킨 다음 인생의 노년에 가서야 영적인 성장에 매진하여야 한다고 보았던 반면, 불교의 경우에는 집착을 버리고 마음먹은 즉시 영적인 성장과 수행에 매진하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힌두교의 경우에는 세속법과 영적인 법을 동시에 따르며, 불교의 경우에는 세속법에 따르는 것은 집착의 일부로서 생각하고, 영적인 법(해탈법)을 우선하는 사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2가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힌두교적 사고관 하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 길을 걷는다고 해도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 대신 각각의 사람들의 영적 발전은 늦어지게 되며, 여러 왜곡된 형태가 나타나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요. 불교 방식의 경우에는 순수한 영적 발전을 이루기 더 쉬우나, 대신 모든 사람이 불교 방식대로 출가를 한다면 사회는 마비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개의 미련중생들은 초기불교에서 요구했던 출가와 같은 것을 시행할 수 없고 극소수만이 가능하므로, 불교식 출가라고 해도 사실 사회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교식 출가 이론이 힌두교식 출가 이론보다는 좀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세속에 머물면서 그 영향을 받으면 집착이 생겨나지 않기가 어렵고, 세속에 오래 찌들다가 늦게서야 영적인 성장에 매진하게 되면 일생 동안 쌓아온 부정적인 카르마의 교정으로도 버거울 가능성이 높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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