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정경쟁'이라는 망상과 그 폐해에 관하여

근래 한국에서는 이른바 '인국공'사건 이후로 일부 통치계급과 국가정보부서에 의해 이른바 '공정경쟁'이라는 주제를 활용한 여론 선동이 자주 일고 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들의 인과관계를 잘 따져보면, 한국사회에서 존재하는 적폐의 상당부분이 과거 과거제도가 있던 시절부터 내려오던 사회적 망령과 무한공정경쟁, 시험제도라는 망상으로 인해 발생하고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식 무한공정경쟁'은 공정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매우 비효율적이기까지 합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실상을 보자면.. 일단 최소 100만여명의 공시족이 있고, 여기에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직 지망자를 더하면 200만명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청년 백수도 최소 200만명정도 되는 것 같구요. 나머지도 대부분 알바, 비정규직, 일용직 등의 직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20대의 대부분이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것이 현 한국사회의 현실인데요. 바로 저 무한공정경쟁이라는 환상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먼저 무한공정경쟁을 긍정하는 분들 중에서는 노력에 따라 실력이 선형그래프(1차함수 그래프)를 그린다고 믿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사실 이 전제부터가 인간의 유전학적, 생물학적 한계로 인해 허용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즉 자연법칙에 반하는 망상, 판타지인 것이죠.


인간이 노력을 통해 근력이나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는데요. 근력의 경우에는 근세포 향상과 밀도증가를 통해 50~80%정도 증가하는 것이 한계이며, 지능의 경우에는 뇌세포가 늘어나기 어렵고 실제로는 시냅스 연결망만 재조정되는 것이므로, 최대 향상 한계치가 근력의 향상폭보다 훨씬 낮습니다. 따라서 일정수준까지는 노력 여하에 따라 능력이 상승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폭은 작아진다고 볼 수 있고, 일정 수준이 넘어서면 정체됩니다. 즉 인간 능력 향상범위의 실상은 로그 그래프로, 일정수준이 넘어서면 노력을 10배~100배 투입해도 능력 향상폭이 0.1 이하로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인간의 물리적, 유전적 특성이 노력만큼 무조건 능력이 향상된다는 판타지 마법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무원 시험 보시는 분들은 아시는 이야기일텐데...

공무원 시험에서 1배수 합격자 커트라인이 평균 75점이라고 하면, 73점 정도에는 3~4배수가 있고, 70점 정도까지 보면 10배수 정도의 사람들이 있죠. 어찌보면 이 정도의 점수차는 컨디션이나 운 차이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정도이고, 일반인의 능력 및 수준향상에는 한계가 있고 상향폭 또한 큰 차이 없이 비슷비슷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더 심한건 이렇게 어렵게 들어가도 시험 내용이 실무와 큰 상관이 없는 경우도 꽤나 많다는 거죠. 

그렇기에 과연 100만명을 수년씩 무한경쟁시켜서 뽑는 사람들이 정말로 가장 우수한 사람일지도 의문이구요. 그렇게 능력을 키워도 결국 1 포인트 싸움인데, 이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들여 합격자 수준을 1포인트 늘린다고 해서 과연 그만큼 전체적인 사회적 효율성과 조직효율성이 향상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게다가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금수저 대물림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국가들과, 무한공정경쟁을 모토로 한 나라 간 운영효율성 차이는 크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전자의 대표격 국가로는 영국이 있고 후자의 대표격 국가로는 한국과 싱가포르가 있는데요.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 양자간 국가운영 효율성 면에서는 큰 차이 없고, 전반적인 시민의 자유 수준에서는 영국이 한국과 싱가포르보다 우수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즉 무한경쟁이라는 모토하에 경쟁을 시켜서 상류층을 구성하나, 왕족과 귀족들의 대물림에 의해 상류층을 구성하나 능력 수준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구요. 오히려 후자와 같은 신분계급중심의 상류층 선발 방식을 채택할 경우, 계급간 과도한 경쟁압력이 줄어들어 사회 전체적인 비용낭비가 줄어드는 점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거의 있지도 않은 유니콘같은 존재인 개룡이 몇명 만들어내자고 사회 전체적으로 수백만명이 큰 비용소모를 감당하는 것이 과연 올바르고 효율적인 사회 구조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은 무한공정경쟁사회라는 모토로 인해 사회적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이들에 대한 억압이 극심해지는 면도 분명히 있구요.


무한공정경쟁이라는 망상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란 기본적으로 '낙오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고, 그 사람이 집안이 안좋았거나, 외모가 못생겼거나 혹은 선천적인 장애가 있었거나 불안정한 정신 구조를 타고났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더군요. 오히려 이러한 약점을 가진 것에 대해 비난하고 놀림감으로 삼기 급급한 경우도 많구요.

오히려 기득권자들이 자기 자신들이 '정당한 노오오력'을 해서 들어왔다고 믿는 것으로 인해 극도로 오만해지는 경향이 있고, 우월 의식으로 인해 '낙오자'들은 밑바닥에서 개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것이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니만큼 무한공정경쟁이라는 것은 성립할 수 없지만, 허공에 대충 선하나 그어놓고 여기에 줄 하나 그어놓았으니 이게 공정하다 하는게 한국의 전체적인 수준이기도 하구요. 이런 '무한공정경쟁'에 대한 망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같은 판타지 마법신앙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척이 일반화되었고, 무제한적으로 강자의 약자에 대한 착취가 허용되는 면이 큰 것 같더군요. 

오히려 영국처럼 신분제 하에서 상류층이 대물림으로 통치권과 운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주'같은 반대급부로서 사회적 의무를 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영국처럼 상류 귀족집단의 법적 특권을 보장하거나 북유럽 국가들처럼 상속세가 없어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돈의 사용처를 국내 투자 등으로 제한함으로서, 경제를 유지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게 하는 게 오히려 사회적 약자의 처우개선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한국에는 이런 장치가 없어서 재벌들이나 상류층은 상류층대로 사회의 비난과 상속세로 인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이로 인해 노블리스 오블리주 같은 것도 없어서 여차하면 외국으로 공장을 옮겨 버리거나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 탄압하는 일을 일상다반사로 벌이는 거죠.


어차피 인간 사회는 동서고금 피라미드형일 수 밖에 없고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한국식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사회가 안정화될수록 각 계급의 구성원들이 자기 자녀에게 최소한 자기 계급의 이권과 지위만큼은 보장해주려는 면이 커지는데요. 동서고금 역사를 보면 국가 및 제도성립 이후 70~100년차 정도 되면 계급고착화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현대 한국에서 공정성, 개룡이 시비 따위가 일어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는 일종의 반동적 주장이고, 사회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죠. 여기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부분은 무한공정경쟁 보장이 아니라 오히려 계급고착을 안정화하면서 상류층에게 적절한 수준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부담시키는 것이고, 하위층이라고 할지라도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자신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몫은 받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여기에 중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수준향상과 행복증진을 위해 최하위 계급의 재생산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면 금상첨화가 되는 것이구요.


지난번 조국, 조민 사태에 대해서도 저는 대통령 측근이자 장관의 딸이면 성적과 상관없이 그냥 정원외 기여입학을 허용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조민이 10억정도 기여금 내고 입학하면 해당 대학 혹은 해당 의전원의 가난한 학생 20명분 이상의 학비가 충분히 나오니까요. 오히려 무한공정경쟁에 대한 집착으로 조금이라도 불공정한 방법으로 들어왔으면 무조건 잘라야 하고, 한 사람의 20대 인생을 한방에 고졸로 무효화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집착, 강박, 질투, 정신질환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선발, 대학 입시에 대해서도 기여입학분 등을 제외하면 차라리 추첨선발을 도입하는 게 낫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예컨데 9급 공무원 행정직 정도라면 학사졸 + 컴퓨터자격증 1개 + 기본 법률 자격증 1개 혹은 회계관련 기본자격증 1개 + 토익 700점 정도로 조건 맞춰두고, 해당 조건을 충족한 사람에 대해 간단한 인성검사 실시 뒤 1.5배수 정도로 면접 전에 추첨장 참석자를 대상으로 추첨선발을 하는거죠. 9급 공무원 일을 하는 데에는 아주 고급스러운 능력은 필요 없는데, 경쟁으로 100만명이 수년간 인생낭비하느니 차라리 공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 조건만 만족시키라고 하고, 나머지는 추첨으로 선발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는거죠.

오히려 사전 조건과 선천적인 특질을 따지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추첨선발이 더 공정하기조차 합니다. 공무원 시험 따위로 무한경쟁 시켜봐야 실제 능력은 이런 방식으로 추첨선발된 사람에 비해 끽해야 아주 조금 더 우수할 뿐이지만, 사회적인 비용낭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기도 하구요.


한국의 교육 시스템 또한 수십년 전부터 크게 잘못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온 잘못이 있습니다. 개중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꿈을 가져라'라는 식의 거짓선동과 망상을 주입시켰다는 것이죠. 차라리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오만과 망상을 가지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는 더욱 나았을 가능성이 높구요.

사회는 아무리 봐도 개개인마다 시작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피라미드에서 상층부가 될 수 있는 자는 원래부터 상층이었던 자와 진짜로 특수한 재능을 가진 한줌의 사람들에 불과합니다(물론 본인이 그런 사람인지는 망상 관련 정신질환이 없으면 대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노력만 하면 성과를 얻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회적 망상의 주입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헛된 망상을 품고 삽질을 하게 만들었고, 딱 작가 본인에게만 성공의 길을 열어주는 사기꾼 같은 성공학 서적들만 수십년째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왔습니다. 이러한 망상과 집착으로 인해 20대의 태반이 무언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망상속에 수년이 넘는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면서 고통받는 것이 현 한국의 상황이기도 하구요.

또한 이런 식의 성공망상신화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우와 보살핌이 약해지고, 무조건 패배자로 낙인찍어 인간 대접조차 거부하는 현상이 사회 전체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하게 되는 폐혜를 낳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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