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동아제약에서 성차별 면접 관련해서 이슈가 하나 터졌었는데요. 면접관이 해당 면접조의 유일한 여성에게 다른 남자들에게는 물어보지 않았던, 군대 호봉차별 관련 이슈에 대해 뜬금없이 질문을 했었다고 하더군요.
해당 여성의 주장에 따르자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먼저 인사팀장이 해당 피해자에게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즉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 우리회사에서는 추가 호봉을 주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해당 여성은 회사에서 주는 임금은 회사에서 노동하는 댓가로 주는 것이지, 군대 다녀온 것으로 주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했다고 하네요.
이에 해당 팀장이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뒤이어 물었을 때에는, '만에하나 국가가 (본인에게도)병역의 의무를 지우면 가겠다'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와 같은 질문은 면접 목적상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질문이라고 생각되었는데요.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오늘날에는 이른바 '압박 면접'이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주제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있기도 합니다. 해당 여성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했다고 하지만 반면에 저 정도의 이슈로는 성차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고, 명백한 물증(녹음 등)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해당자 혹은 동아제약이 처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구요.
위 사례주장의 사실여부와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조직에서는 조직에 잘 융화되고 문제를 안 일으킬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추후 해당인의 취업에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심한 경우 기업들이 이런 형태의 젠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여성 고용을 더더욱 꺼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여지구요.
제가 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구직시장에서 남성 대비 여성이 가지는 2가지의 상대적 불리함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 불리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군대를 안 다녀왔다는 것
2. 출산, 육아 리스크
사회적, 법적으로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노동인권 5등급 국가라 노동관련 규제들이 사실상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가의 인위적인 경제 규제는 대개 별도의 시장왜곡과 효율성 전가를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구요.
따라서 한국과 같은 비보호적 구직시장 및 노동환경에서 저 2가지 변수에도 불구하고 사기업에게 동일 임금을 지급하라고 하게 되면, 그 반대급부로 취업 시장에서 여성이 기피되는 유리천장이 형성되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현상을 보정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서 이른바 '군호봉'제도가 생겨났을 것으로 생각되구요.
군 복무 경력의 경우 대개 사기업과 직접적 직무연관은 없다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직무연관은 없더라도 조직생활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에 비하자면 다소간(2년 정도)의 조직생활 경력과 업무 경력이 있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전문 분야에서 군 복무를 했을 경우 높은 직무연관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구요.
따라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군필경력에 대해 조직생활 경력으로서 구직시장에서 일정부분 가치를 쳐주는 것은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며, 오히려 이런 군 경력을 임금에 전혀 반영하지 말아야한다는 규제가 생기게 될 경우, 군 복무 경력이 없는 사람의 구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남성의 군호봉 논란이 대체로 '의무에 대한 보상'이냐, '여성에 대한 불리함'이냐 둘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춰 논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시장적 관점에서 볼 때 전자는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기에 논점이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고, 전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후자의 주장도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먼저 국가의 강제징병 및 군사복무의무의 경우 시장 영역에서 국가를 대리해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이 문제는 의무자 혹은 강제징용 피해자와 국가 간 사이의 문제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민간영역에서 이를 이유로 해서 돈을 더 준다는 가설은 조금 핀트가 어긋나 있는 거죠.
반면에 '여성에 대한 불리함'의 경우에는, 표면적으로는 나름 성립하는 논리이기는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남성들이 군대복무를 이유로 호봉을 일괄적으로 조금 더 받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이것도 사실은 '의무복무'에 대한 보상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군대라는 조직생활 경력에 따른 약간의 추가 급여'로 해석이 되는 부분이 더 크고, 여성 또한 군 복무를 수행함으로서 해당되는 호봉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남성의 군 복무 프리미엄을 제거하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국가에 여군 모집 티오를 크게 늘려 여성 취업난을 완화하고, 여자들도 군 복무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크게 늘려달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네요.
[참고자료]
1.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 https://brunch.co.kr/@dongainterview/111
2.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과…"지원자와 청년들에 죄송" https://www.ytn.co.kr/_ln/0103_20210323091002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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