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전할수록 출산율이 내려가게 되는 이유

인류 역사를 보면, 문명이 발전하고 기대가 변할수록 대체로 출산율이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있는데요. 본 글에서는 농경시대 -> 산업시대 -> 정보시대 -> AI시대라는 4분류에 맞춰 그 이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1. 농경시대

문명기술 수준이 낮았던 농경 시대에는 그야말로 사람이 재산이자 국력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노동없이 가치가 저절로 창출되는 일은 없었고, 잉여생산물 수준도 낮았기에 대부분의 사회나 개인은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만들어 나가야 했습니다. 이런 시대에서는 자연히 노동력생산이 선호 - 즉 출산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지요.

게다가 당시에는 의료기술 수준이 낮아 아동 사망율이 높았고, 여기에 한 사람의 아동을 노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수준도 상당히 낮았습니다. 농사일을 하면서 잡일을 거드는 것 정도는 문맹자여도 할 수 있었고, 심지어 현재는 무능력자로 분류되는 경계선 지능이나 저지능자도 집안 어른이나 다른 형제자매의 지시에 맞춰 기본적인 단순 노동을 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당대의 시대적 상황이 이랬으니 자연히 생기는 대로 낳고 또 낳고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고, 가능한 많이 낳는 것이 큰 미덕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2. 산업시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노동이 아닌 기계와 기술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이 처음으로 생겨난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대부터는 잉여생산물 수준과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이 개입되지 않아도 추가적인 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에 의해 새로운 산업분야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노동력들이 많이 필요해지는 현상도 같이 나타났습니다. 이들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했고, 이 정도의 교육훈련 수요는 당시에 생겨난 신개념인 보통 교육과 징병제 시스템만으로도 상당부분 충족되곤 했습니다.


산업 시대에는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했지만, 한 사람이 1인분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 수준과 훈련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여러 자녀를 감당 가능한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농경 시대와 비교했을 때 자녀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했기에, 과거 농경시대처럼 마구 낳아 풀어두는 방식으로 무제한 양육, 출산을 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보는 정도, 즉 3~5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정도가 되었죠.

또한 이 시대부터 위생개념과 초보적인 의학기술이 확립되면서 노후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는데요. 기술과 환경의 변화와 달리 당시에 이와 관련된 사회제도는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했으므로, 노후 대비를 위해 여러 자녀의 존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3. 정보시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네트워크화가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큰 시기가 되었으며, 이 시대부터는 노동력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노동력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지만, 사회 분화와 전문성의 심화로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의 지식과 교육 수준은 급격하게 높아졌지요. 

산업시대나 그 이전 시대에서는 기본적인 양육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당수의 자녀는 손익계산서상 손실로 간주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생존을 위해 대학 교육 이상의 고등 교육과 전문, 분업화된 사회에서 통용되는 고급 기술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만 하게 되었고. 이런 기술적 수준을 달성하는 건 일반적인 재능과 지능으로는 쉽지 않게 되었거든요.
현대 한국 기준으로는 한명의 자녀가 사회에서 1인분을 하는데 교등 교육 기간을 포함한, 출산 뒤 거진 25 ~ 30년의 세월이 필요한 경우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출산은 기피되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과거와 달리 사회에서 중산층, 상류층 수준의 부양 능력을 가진 사람들조차 출산을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와 달리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대비 아웃풋은 갈수록 나빠진다는 것이 명확히 보이고, 사회에서 교육수준과 사고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런 점을 더 빨리 캐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보시대 초기에는 농경시대나 산업시대 끄트머리에 태어나 자랐던지라 인식적 변화가 늦어 출산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는 늙은 사람들도 종종 보여지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중의 조롱거리나 웃음거리가 되곤 하죠.


또한 이 시대에는 공공부조 시스템, 예컨데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 제도나 재테크 같은 개념도 이전 시대 대비 급격하게 발전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는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노후가 개인의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게 되는데, 자녀를 낳고 기르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느니 노후 대비를 위한 각종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몆 배는 더 이득이고 안전하다는 점도 있지요.


4. AI시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대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큰 틀에서 볼 때 인류 역사의 정점인 AI시대로 갈수록 노동력이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작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적으로는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고, 인간은 잉여생산물을 가지고 놀기만 하는 단계, 즉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는 시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네요. 

AI시대에는 출산이 가치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으므로 사람들은 더이상 출산을 쓸모없다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인간 역사에서 '성'때문에 생겨난 각종 해악들과 문제를 생각해보면, 일정 시점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집단 개량해서 더이상 성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겠죠.

이 시대가 되면 사람들은 능력고하와 상관없이 거의 출산을 하지 않게, 혹은 아에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의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그 반대급부로서 수백년 이상의 아주 긴 수명을 누릴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자연계의 기본 법칙 자체가 번식률과 수명은 관련이 있는 요소이기에, 번식이 0에 수렴하면서 종 자체의 수명은 아주 길어지게 되는 거죠.



문명이 발전할수록 출산율이 감소한다는 건 어찌보면 마르크스의 '노동 가치설'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가치창출이 일어나는 기본 요소가 노동력이라면 문명 발전에 상관없이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이로 인해 출산율도 당연히 일정수준 이상 유지, 더 나아가서는 가치증대를 위해 출산율이 증가되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에 대한 반론이라고 볼 수 있죠.


또한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의 소국들에서 출산율 급감 현상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들 국가는 현대 기준으로 거의 기술적 정점에 도달해 있으면서도 영토가 좁고 인구가 많아 현대 정보기술의 영향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많이 받는 국가들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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