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의 숨겨진 이유

요 근래 이준석이라는 분이 정치판에서 돌풍을 몰고 있는데요. 언론에서는 흔히들 '이대남 열풍'으로 대표되는 여론이 움직인 결과라는 평을 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준석 돌풍을 이해하려면 '명문대 군필자 남성'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들 '명문대 군필자 남성'은 불과 5~10여년전만 해도 차기 사회의 엘리트로 여겨지던 계층으로, IMF이후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이들이 취업하는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과 3.5이상의 학점, 그 외의 사항으로는 군필 전역증명서와 기본적인 자격증 정도만 제출해도 대기업에 서류 합격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었고, 입사하고 나서도 기업 내에서 서울이나 광역시 소재 핵심 부서에 배치되어 고속출세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으니까요. 

이런 환경에서 공공기관과 대기업, 9급 공무원 등등에 여성이나 장애인, 지방인재, 고졸 쿼터나 약간의 사회적 배려 정책을 일정부분 할당해주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고. 90년대 이전에는 오히려 이들 명문대 군필자 남성이 엘리트주의와 가부장제의 비호 하에서 거의 모든 핵심지위, 직업을 가져갔던 것에 대한 역사적인 반성이기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다가 어느샌가... 주로 2010년대 후반 이후로 자동화, AI 발전과 산업시스템 도입, 중국의 경제 추격,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으로 젊은 세대 중 상위에 위치하던 명문대 군필자 남성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와 위상이 급격하면서 그 이하 계층만큼은 아닐지언정 상당한 취업난을 겪게 되었는데요. 이들 기준으로 사회 환경의 급격한 악화와 파이 축소는, 과거 기준으로는 그저 약간의 배려에 불과했던 할당 정책들이나 특혜들이 도리어 역차별로 여겨질 정도까지 사회가 열화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보통 구세대 기득권 수구세력으로 이루어진 통치권자들이나 정부가 대응하는 속도는 사회 변화에 비해 상당히 느린 편이기에 이들은 기존의 배려 정책들을 한창 추진, 강화해가는 정책적 흐름을 가져나갔고, 수구 통치층과 사회변화에 극히 민감한 이들 인터넷세대 젊은 엘리트 남성의 지향이 정면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분포를 보면 일베, 디시, MLB등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초거대 오픈 커뮤니티, 블라인드, 스누라이프 같이 엘리트 지향인 커뮤니티, 인스티즈 등 여초 커뮤니티가 있는데요. 대개 워마드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여초 커뮤니티는 다소 폐쇄적이고 크게 이슈화될만한 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온라인 여론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은 편입니다. 개중에서도 여성시대 같은 성향인 곳은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며 글이 퍼지는 경우는 잘 없구요.


반면에 남성들이 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들은 개방적인 성향이 많고, 이용자들도 많고 활발한 편이며 사회 대부분의 이슈가 여기서 나오는 경향이 있더군요. 스누라이프나 블라인드 같은 엘리트 지향 커뮤니티는 가입이나 활동은 제한적이나 이들의 사회적 지위나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전반에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주장이 다른 남초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외에는 이른바 정치 유튜버, 시사 유튜버 등등이 있구요.

한국 인터넷 사회의 영향력 구조를 생각해볼 때, 이준석 돌풍은 상당부분 '젊은 명문대 군필자 남성'에 의해 주장되고 주도되는 면이 크다고 보아야 하고. 나머지 이대남들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이득, 손실과는 상관없이 그저 이들의 주장에 동조되는 동조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준석 돌풍을 트럼프 돌풍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다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돌풍은 당시에 오히려 역차별에 가까운 부당한 불이익을 받던 백인 하류층이 중심이 되었고. 트럼프의 정책도 이들이 바라는  전통적인 강한 미국상과 더불어 이들 백인하류층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21년 현재 한국에서 부는 이준석 돌풍은 하류층의 문제가 아닌 젊은 엘리트 남성의 사회적 지위 손실에 의한 것이 크고, 이준석이 내세우는 것도 다름아닌 '공정'을 위시로 한 절대실력주의입니다. 경쟁조차도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최소한도로 시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경쟁 자체는 절대적이며, 결과의 평등은 철저하게 부정하는 사상이죠. 

이런 사상은 사실 대부분의 '이대남' 기준으로는 많은 피해를 입을수도 있는 사상이고 '명문대 군필자 남성'기준으로는 많은 이득을 줄 사상이나, 이들 '명문대 군필자 남성'이 사실상 한국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다시피 하므로 이들에게 이끌려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석 개인의 이력만 봐도 과학고 - 하버드 컴퓨터공학과 졸업이라는 최고 수준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취미삼아 한 코인 액수가 수억원은 가볍게 넘어가는 수준의 금액이라고 하죠. 반면에 최고 수준의 금수저 엄친아임과 동시에 서민들처럼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허례허식을 싫어하며 부정과 비리 이력이 없고 아주 적은 수준의 선거 비용만을 지출하는 등 한국의 이상적인 전통 엘리트 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대남을 넘어서 상당히 보편적인 지지를 받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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