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80일 체험 후기

요번 지방직 공무원 9급(전산) 시험을 80일동안 벼락치기 준비를 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필합컷(1배수) 1점차로 떨어졌더군요. 그래도 제가 지난 80일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분석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적어두려고 합니다.

공무원 시험은 실력 + 운이지만, 합격권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

공무원 시험이 실력이면 실력이고 운이면 운이지 이게 뭔 소리냐 싶은 분들이 있을텐데요. 공무원 시험문제의 난이도배분과 구조를 보면 이 부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공, 공통 할것없이 9급 공무원 시험은 20문제 중 

• 14개의 쉬운 문제(= 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는 문제)
• 2개의 고난도 문제(= 기본서 내용중 매우 지엽적인 부분에 있지만, 기본서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맞출 수 있는 문제)
• 4개의 신유형 및 갑툭튀 문제(= 기본서에도 없는 문제)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공부를 하면 기본과정을 거쳤을 때 평균 70점, 제대로 모든 공부과정을 끝마쳤을 경우 80점 정도가 나오게 됩니다. 대개 시간압박에 따른 실수나 누락으로 한두개 틀리고, 찍어서 한두개 더 맞추니 점수가 대개 비슷하게 수렴이 되죠.

기본 공부 점수인 평균 80점에 도달하는 데 인서울 출신 고지능자는 최소 2개월 ~ 늦어도 8개월 이내에 도달하고, 평범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성실하게 공부했다면 1년 ~ 1년반 안에 평균 80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맹점은.. 공무원시험은 누구나 다 80점 가까이 맞을 수 있는 시험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80점 이상으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죠. 80점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거진 신유형 및 갑툭튀 문제이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고 해도 맞출 수 없고, 공시생들 사이에서 삼수 사수를 했는데도 점수가 그대로거나 혹은 더 떨어져서 점수가 안 오른다는 푸념을 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장수생의 발생이유 = 관운이 없다

여기서 문제는... 이른바 인기(과열)경쟁 지역의 커트라인은 대개 80~90점 사이에서 형성이 되는데요. 대개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도 80이상으로 형성되고 시험이 아무리 쉬워도 90이하에서 형성이 됩니다. 

이유는 시험의 체감 난이도와 상관없이 시험구조 자체가 저 모양이기 때문이죠.

80점 이상의 점수에서는 대개 찍기의 영향력이 큰 편인데요. 4지선다라 4문제 중 찍어서 1개 맞추는 게 통상기댓값이니, 대체로 80~85점 사이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평균 점수가 형성됩니다. 

그러나 경쟁률이 100:1 이런 상황에서는 공부한 사람들의 수만 따져도 최소 10:1 정도는 되는데요. 이 사람들의 찍기점수에 의해 점수의 정규분포가 형성되고, 개중에 상위 10% 정도만 공무원시험에 당첨(합격)이 되는 구조인 것이죠.

나머지들 중 공부한 친구들은 탈락을 했지만 1점차 2점차로 떨어졌으니 미련을 못 버리고 공시를 계속 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장수생 양산의 주범입니다. 물론 여러번 시험볼수록 독립반복시행이 되므로 당첨될 확률이 조금씩 증가하게 되지만, 기본 확률이 10% 이하이기 때문에 여전히 당첨이 안되는 경우도 많이 남게 되죠.

물론 몆년을 공부해도 평균 70~80이 안되는 사람들은 제대로 공부한 것이 아니므로 예외로 합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안 좋은 장수생의 경우에는 관운(초자연적 존재의 축복, 행운)이 없는 것이므로 기본 실력만으로 안정적인 당첨을 노릴 수 있는 곳에 가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반행정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 당첨인원이 3~5명 이상이고 최근 3년간 커트라인이 75점 이하인 곳을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ps. 저도 80일 벼락치기해서 80점 가까이 점수가 나오긴 했지만, 어차피 이 이상의 점수는 많은 부분이 운의 영역이므로 9급 시험준비를 더 할 생각은 없습니다. 만약 내년에도 공무원 되고 싶어서 시험친다면 그냥 한달정도 워밍업 복습이나 하고 들어가거나 아니면 그냥 토목직 공무원이나 칠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