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적성에 대한 고찰

요 근래 VRChat에서 다른 개발자분과 약간의 언쟁을 벌인 기억이 나서 올려보네요.

사실 VRChat은 플랫폼 특성상 활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발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내부에서 다른 유저들에게 직업이나 성향을 불어보면 상당수가 남성 개발자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그 집단 특유의 인식 공유랄까 공통인식이 있는데, 저는 이쪽 전공을 하긴 했지만 남자도 아니고 개발자 성향은 더더욱 아니라서 어느 정도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곤 합니다.


요번에 VRChat에서 조만간 나올 꺼라고 하는 기능 중 하나인 physics bone 관련해서, 제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1. VRChat은 멀티쓰레드 지원도 잘 못할뿐만 아니라 상호작용과 관련된 network event에 매우 취약하고 버그가 많다는 점.
튜토리얼 월드 보면 한국인 아바타 1명당 dynamic bone이 최소 60~80, 많으면 500개까지도 가는데 이걸 일일히 다 네트워크상 상호작용을 하게 하려면 이론상 네트워크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 있는데요. 이런 현실은 서구권 애들이 주로 사용하는 TDA 아바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 VRChat에서 이미 수년간 dynamic bone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전환 버그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dynamic bone의 버그까지 완전히 구현해야 한다는 점. 


3. Physics bone의 선전 포인트 중 하나는 다른 유저의 아바타와 물리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이걸 남성 개발자들이 아주 좋아하죠....)문제는 이 기능은 실용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순전히 사이버 성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


4. dynamic bone 대비 연산성능이 3~16배에 달한다고 하지만 증명된 것은 없는 점 + 순전히 소규모의 demo만 보여진 것으로 보아 실증근거는 없는 점


이런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매우 싫어하는 요소라고 했더니 상당수의 남성 개발자들은 4번을 근거로 반론을 들거나, 혹은 문제점은 이해하지만 새로운 기능이라 설렌다라거나... 혹은 3번을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너무 3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게 바로 괴상한 취미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들 정도.

암튼 저런 대화를 한 뒤 나중에 생각해보니... 게임 개발 등에 종사하는 개발자 중에서는 저런 신기술선호 + 약간의 오타쿠 성향 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고, 저랑 성격이 영 잘 맞는 것 같진 않더라구요. 물론 개인적으로 개발직군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확실하게 체감되는 이유라면 이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실 재능이 없다고 하기는 애매한 편인데요. 재능이 없다면 컴공 석사까지 마치지 못했을 것이고 특허출원이나 등재지 논문 게재같은 걸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마저도 거의 반쯤 놀면서 했을 정도니 체감상 별로 힘들지도 않았을 정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 특유의 열정이랄까 신기술선호와 같은 자질은 좀 없는 편이고, 서버구축이나 기타 개발 및 구현에 있어서도 대부분 보수적이고 검증된거 중심으로 사용하는 쪽이라서요. 뭔가 만들때도 귀찮은걸 싫어하고 유지보수 편의성 중심으로 생각하는지라.. 확실히 재능과 적성은 조금 다른 영역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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