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의 제식주의와 현대 오컬트의 연관성에 관한 소론

석가모니 시대에 인도 종교의 주류는 브라만교(현대 힌두교의 조상격 종교)로, 베다에 근거해 신과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던 종교였는데요.
다른 종교와 다르게 브라만교의 역사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브라만교 초기에는 베다에 근거해 신을 찬양하는 일반적인 종교와 비슷했으나 후기로 갈수록 제식주의로 기울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제식주의란 제사(의례 - 즉 리추얼을 말하는 것)자체로서 제사를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초월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제사라는 것은 원래는 신을 찬양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후대에는 제사 그 자체만으로도 우주의 법칙을 조정하고 초월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식주의 하에서는 신에 대한 예배보다는 제사를 잘 지내고 그에 따른 결과를 잘 얻는데 초점이 맞춰지게 된 것이죠.
이런 종교적 흐름에 따라 신은 신앙의 대상이자 세상을 능동적으로 주관하는 위치에서, 제사에 따른 부속존재 혹은 정해진 제사를 지내면 복락을 주는 수동적인 법칙과 같은 것으로 격하되었습니다.

인도 설화나 전설을 보면 상당수의 전설에서 악당이나 수행자 혹은 은거기인이 요가, 혹은 여러 방면의 수행과 제례(리추얼)을 통해 신에 필적하는, 혹은 신을 능가하는 힘을 얻는 것이 나오는데요. 이런 전설이나 신화들도 상당수 브라만교의 제식주의에서 유래된 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어쩌면 인도에서 떠돌이 수행자나 요기등이 넘쳐나는 것도, 정신 수양이나 종교적 깨달음보다는 전설을 맹목적으로 믿게 된 바람에 언젠가는 신에 필적하는 힘을 얻고자 수행에 정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근대 서구에서는 한때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인도 신비주의를 처음 접하게 된 서구인들에 의해 이른바 '힌두 붐'과 유사한 현상이 있었는데요. 이게 바로 오늘날의 '오컬트' 혹은 Magick이라고 불리는 근대식 서구 마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대에는 나름 유명인이었던 헬레나 블라바츠키나, 마법 비밀결사로 유명했던 황금 여명회(Golden Dawn)와 같은 단체에서는, 힌두식 제식주의를 바탕으로 서구 전래의 주술과 전설, 신화들을 모아 근대 마법의 틀을 만들어냈죠.

근대 마법의 기본적인 개념은 브라만교의 제식주의와 유사했으나, 서구 고유의 주술적 전통이나 성서적인 개념이 도입되었는데요. 이런 제식적 흐름 중 종교적인 부분들은 오늘날 오컬티스트들과 마법결사로 남았고. 근대 마법이 창안해 낸 여러 아이디어들이나 상징들은 대중화되어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마법사, 마법진 등의 문화적 상징체계로 남아 현대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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